[신문과 놀자/클릭! 재밌는 역사]“공감의 원리와 시장의 원리 모두 중요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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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
인간이 가진 공감능력 강조한 ‘도덕감정론’ 저자로 알려지길 원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집필하고 평생 수정하면서 학계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이상적 시민사회를 이루려면 국부론의 시장 원리와 도덕감정론의 공감 원리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 스미스의 견해입니다. 동아일보DB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집필하고 평생 수정하면서 학계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이상적 시민사회를 이루려면 국부론의 시장 원리와 도덕감정론의 공감 원리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 스미스의 견해입니다. 동아일보DB
애덤 스미스는 1776년 ‘국부론’을 저술하여 고전 경제학의 토대를 쌓은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를 경제학자로만 알고 있지만 그는 자연신학, 도덕철학, 법학 등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1759년 간행한 ‘도덕감정론’은 당대 학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스미스 자신도 국부론보다는 도덕감정론의 저자로 알려지기 원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스미스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생애

애덤 스미스는 1723년 스코틀랜드 동해안의 작은 도시 커콜디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세관공무원이었으나 스미스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나 그는 어려운 형편 속에 성장했습니다. 그는 1737년 글래스고대에 입학했고, 1740년 영국 옥스퍼드대 베일리얼 칼리지로 유학을 떠나 6년간 공부했습니다. 1751년 글래스고대의 논리학 교수로 임용돼 도덕철학, 자연신학, 법학, 경제학 등을 강의했습니다. 약 10년간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쓴 도덕감정론이 성공을 거두면서 영국 학계에서 큰 명성을 얻었습니다.

1764년에는 당시 재무장관이던 찰스 톤젠드의 아들 체스터필드 백작의 개인 교사직을 맡아 그와 함께 2년간 유럽 대륙을 여행했습니다. 당시 영국 귀족들은 자녀들이 개인 교사와 유럽을 여행하도록 했는데, 이것을 ‘그랜드 투어’라고 불렀습니다. 스미스는 여행 중에 볼테르, 중농주의 경제학자 케네와 튀르고 등을 만났습니다. 이 경험이 국부론을 저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1766년 여행을 마치고 런던에서 겨울을 보냈습니다. 당시 런던의 지식인들은 커피 하우스에서 함께 토론했다고 합니다. 그가 자주 드나들던 커피 하우스에는 스코틀랜드 지식인들이 많이 모였고, 이곳에서 국부론의 일부를 소개하며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6년간 은둔 생활을 하며 저술에 몰두하였고 마침내 1776년 국부론을 펴냈습니다. 국부론은 당시 학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경제학을 하나의 학문으로 성립시켰습니다.

스미스는 국부론 저술 이후 스코틀랜드 관세청장을 맡았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국부론에 ‘중상주의 시스템의 결말’ 부분을 추가했습니다. 말년에는 도덕감정론의 개정에 몰두하여 제6판을 출간하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스미스의 생애에서 학자 혹은 저술가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그는 은둔과 교류를 적절히 잘 조화했습니다. 둘째, 그는 두 권의 책을 통해 부와 명성을 얻은 이후에도 도덕감정론은 6차례, 국부론은 3차례 개정했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의 변화를 계속 책에 반영하면서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사상

그가 살았던 시기에는 경제와 학문 분야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소규모 제조업과 가내 수공업이 발전하고 있었고, 동인도 회사, 허드슨만 회사, 잉글랜드 은행 등 규모가 큰 주식회사도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산업혁명 초기 단계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학문 분야에서는 자연철학과 더불어 도덕철학이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뉴턴이 자연 관찰을 통해 만유인력을 발견한 이후 인문학자들도 인간의 본성을 자연처럼 관찰하면서 도덕철학이 발전했습니다. 당시 도덕철학은 자연철학과 대칭되는 개념이었고 신학, 문학, 철학, 정치경제학을 포함하는 융합 학문이었습니다. 단순히 윤리학이라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도덕감정론은 인간의 본성 속에 도덕적 원리 혹은 모든 행동의 원칙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자연계에 만유인력이 존재하는 것처럼 인간의 본성에도 보편적 원리가 존재하며, 그 원리에 의해 인간은 행동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미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 원리를 공감(sympathy)과 상상력(imagination)이라고 보았습니다. 공감은 아무리 이기심이 가득한 인간이라도 다른 사람의 운명과 행복에 관심을 두는 것을 말합니다. 상상력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연결하는 통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인 공감과 상상력이 결합되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공감과 상상력을 가졌다 할지라도 자신을 희생하며 공익적인 행동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죽음보다 자신의 손톱 밑 가시를 더 고통스럽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스미스는 인간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려면 ‘공정한 관찰자’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공정한 관찰자란 이성, 원칙, 양심, 가슴속 동거인, 내부 인간, 우리 행동의 위대한 심판자이자 결정권자”라며 “누구나 마음속에 공정한 관찰자가 있다. 나의 행동이 옳은지 공정하게 알려주는 가상의 인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정한 관찰자의 역할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나라고 하는 사람이 먼지처럼 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이고, 특별히 잘나지 않았다고 가르쳐 주는 존재입니다. 둘째,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양보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셋째, 각 개인의 행동을 관찰하며, 만약 각 개인의 행동이 공정한 관찰자가 보았을 때도 만족한다면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는 도덕감정론에서 상상력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인간이 공정한 관찰자를 자주 부르면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있고,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도덕감정론의 공감의 원리와 국부론의 시장의 원리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스미스가 국부론을 저술한 이유는 개인이 도덕적인 행위를 지속하려면 경제적인 안정이 필수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상적 시민사회를 건설하려면 도덕감정론에서 제시한 공감의 원리와 국부론에서 제시한 시장(교환)의 원리가 모두 필요했고, 이것이 바로 스미스가 평생 두 권의 책을 쓰고 개정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환병 서울 용산고 교사
#국부론#애덤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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