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원 임용시험 방식 교육감 마음대로 정하라는 교육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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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교원 임용시험 방식을 시도교육감에게 위임하는 임용시험규칙 개정안을 다음 달 공포해 2023학년도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1차 필기시험과 2차 수업실기·면접을 50 대 50 비중으로 반영해 뽑도록 규정한 현행 시험 방식을 교육감이 세부 내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게 핵심이다. 1차 필기시험을 치르지만 1차 선발 규모를 교육감이 알아서 정할 수 있다. 현재는 1차 필기에서 선발 인원의 1.5배수를 뽑게 돼 있으나 개정안은 모집 정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통과시킨 뒤 실기와 면접으로 이뤄진 2차에서 최종 선발하도록 한다.

현재는 1차 필기시험의 비중을 반드시 50% 반영해야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패스’만 하면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가중치를 적용할 수도 있다. 2차 시험에서도 수업실기를 보지 않고 면접으로만 진행하는 것도 교육감 재량이다. 필기시험은 사실상 형식적 통과 관문 역할에 그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는 필기와 실기성적, 자질이 드러나는 심층면접 등 임용시험으로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돼 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교육감의 성향이나 의중이 교사 선발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교육부는 교원 임용에 대한 시도 자율권을 확대하고 암기식 필기시험 같은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 잣대의 비중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고, 그 대신 주관적 평가가 개입할 소지가 큰 면접 비중을 대폭 늘릴 수 있는 개정안은 편파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필기시험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교육감의 정치적, 이념적 성향이 반영될 우려가 작지 않은 것이다.

교육감이 교원 선발권을 사실상 독점하는 것은 임용시험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전국의 17개 시도교육청 중 14곳이 전교조 출신이거나 친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이 교육수장을 맡고 있는 상황이라 가치중립적이어야 할 교육현장이 정치나 이념 논란 등으로 조용할 날이 별로 없다. 교사는 학생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정확한 지식을 전달할 책무가 있기 때문에 어떤 공직보다 정치 중립적이고 공정한 선발 과정이 필수적이다. 공정성 훼손과 편향성 논란이 명백한 교육부의 임용시험규칙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교육부#교원#임용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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