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株 두달간 1조8600억원어치 샀는데… 속타는 서학개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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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1위… 2위 애플도 하락세
“손절” “저가 매수” 엇갈린 반응

“‘진격의 테슬라’를 믿고 샀는데…. 더 떨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선 회사원 정모 씨(34)는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 급락 소식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정 씨가 3000만 원을 들여 투자한 종목은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테슬라와 애플. 이날 두 종목은 전일 대비 각각 ―21.1%, ―6.7% 추락했다. 정 씨는 “국내 시장의 경우 시세조종이 의심될 정도로 변동이 심해 해외 주식 투자를 선택했는데 이렇게 폭락할 줄은 몰랐다”며 “현재 평가 손실이 500만 원이나 된다”고 했다.

나스닥 주요 종목들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자 해외 투자에 나선 이른바 ‘서학 개미’들의 걱정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1월 6조5580억 원(약 54억 달러) 규모였던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월별 거래대금은 이후 급증하며 지난달 22조 원(약 183억 달러)으로 늘었다.

올 6월부터 이달 8일까지 서학 개미들의 돈이 가장 많이 몰린 종목 상위 3개는 테슬라와 애플, 엔비디아로 나타났다. 7월 이후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15억6424만 달러(약 1조8583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가치주에 투자하겠다”며 국내 대신 해외를 택했지만 시장이 요동치자 밤잠을 설치긴 마찬가지라는 반응이 나온다.

30대 회사원 이모 씨는 어렵사리 마련한 종잣돈으로 테슬라 주식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겪고 있다. 밤새 뉴욕증시 움직임을 살펴보곤 한다는 이 씨는 “길게 보고 주식이 폭락했을 때 어린 아들에게 주식을 넘기는 ‘증여의 타이밍’으로 이용해야 할지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현재를 저점으로 보고 추가 매수해야 한다”거나 “10년 이상 가치투자로 전환해야 할 때” “더 떨어질 것 같아 손절했다” 등의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 증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테슬라 버블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서학 개미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혁 hack@donga.com·장윤정 기자
#기술주 거품#서학 개미#테슬라#해외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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