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침묵할 때 아니다” 미국 스포츠계 ‘보이콧 도미노’

유재영 기자 , 김배중 기자 입력 2020-08-28 03:00수정 2020-08-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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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피격’에 경기 취소 잇달아… NBA-MLB 밀워키 선수들 주도에
2종목 플레이오프 등 6경기 취소, WNBA-MLS 8경기 모두 안 열려
여자테니스 오사카, 대회 중 기권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의 전광판에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메시지가 떠 있다. 백인 경찰의 흑인 남성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선수들의 보이콧으로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던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경기는 취소됐다(위쪽 사진). 플로리다주 레이크부에나비스타의 NBA 캠퍼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국프로농구(NBA) 밀워키와 올랜도의 8강 플레이오프 5차전도 연기됐다. 경기 취소 결정을 앞두고 심판들이 모여 있다. 샌프란시스코·레이크부에나비스타=AP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미국 프로스포츠가 흑인 남성에 대한 백인 경찰의 과잉 총격 사건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사무국은 27일 예정됐던 8강 플레이오프(PO·7전 4승제) 밀워키-올랜도, 휴스턴-오클라호마시티, LA레이커스-포틀랜드의 3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가장 먼저 열릴 예정이던 밀워키와 올랜도의 경기를 앞두고 밀워키 선수들이 24일 미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있었던 총격 사건의 항의 차원에서 출전을 거부하면서 나머지 경기도 영향을 받았다.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는 24일 비무장 상태로 자신의 차에서 어린 아들 3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인 경찰의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

밀워키 선수단은 이날 올랜도 디즈니랜드에서 예정된 5차전을 앞두고 라커룸에 머물다 코트에는 나가지 않았다. 올랜도 선수들도 코트에서 몸을 풀다 경기장을 떠났다. 밀워키 선수단은 “연고 지역에서 흑인을 상대로 한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우리는 농구에 전념할 수 없게 됐다”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밀워키 가드 조지 힐은 “우리는 불평등에 지쳤다”고 토로했다. 구단도 선수들의 결정을 지지했다. 위스콘신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밀워키는 커노샤에서 차로 44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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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는 5월에 발생했던 조지 플로이드(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코트 및 선수들 유니폼 등에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부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사 사건이 재발해 선수들이 받은 충격은 더 크다.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도노번 미첼(유타), 자말 머리(덴버)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변화와 평등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부콘퍼런스 1, 2위로 강력한 우승 후보인 레이커스와 LA 클리퍼스가 NBA 선수단 회의에서 남은 PO 일정을 아예 보이콧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도 27일 예정됐던 16경기 가운데 이 총격 사건으로 3경기가 취소됐다. NBA처럼 밀워키가 신시내티와의 안방경기를 앞두고 가장 먼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밀워키 구단은 “선수들의 경기 취소 결정을 존중한다. 구단도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워키 마무리 투수 조시 헤이더는 “지금은 침묵할 때가 아니다. 스포츠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말했다. 흑인 선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시애틀도 샌디에이고와의 방문경기를 취소했고, LA 다저스-샌프란시스코 선수들도 출전을 거부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 취소 후 “경기를 하지 않는 게 우리가 이 나라, 위스콘신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얼마나 절망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문제다. 우리는 더 나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도 이날 3경기 모두를 연기했으며, 미국프로축구(MLS)도 5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WNBA 선수들은 피 묻은 7개의 총알구멍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채 인종차별에 항의하기도 했다.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웨스턴&서던 오픈에서는 4강에 오른 오사카 나오미(10위·일본)가 “나는 운동선수 이전에 흑인 여성”이라며 기권을 선언했다.

유재영 elegan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김배중 기자

#미국#프로스포츠#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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