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장애인 비하’ 이해찬 발언에 최고수위 조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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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 ‘인권침해’ 진정 수용… 與에 재발방지 대책 ‘권고 결정’
‘절름발이 총리’ ‘벙어리된 대통령’… 주호영-황교안 발언 진정도 접수

국가인권위원회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발언이 인권침해”라는 장애인단체의 진정을 받아들여 민주당에 대해 가장 강력한 조치 중 하나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24일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된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 결정의 건’을 인용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권고 결정은 수사기관에 직접 고발을 하는 방법과 함께 인권위가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결정이다. 인권위는 조만간 결정문을 작성한 뒤 민주당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권고를 통보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올 1월 1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당시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한 최혜영 의원을 언급하며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대요.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같은 달 17일 이 대표의 발언이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가 이례적으로 강력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이 대표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했을 때도 “신체 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 “정치권에는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등의 말을 했다.

관련법에 따라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인권위의 권고를 통보받은 뒤 90일 이내에 이행 계획을 인권위에 통지해야 한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유를 제출해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황교안 전 대표에 대해서도 장애인 비하 발언을 이유로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주 원내대표는 올 1월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칭하며 “그런 상태로 총리가 된다면 절름발이 총리”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 “키 작은 사람은 비례 투표용지를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 등의 황 전 대표 발언도 진정 내용에 포함돼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환영할 일이지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이미 한 차례 진정을 각하한 뒤라 아쉬움이 남는다”며 “주 원내대표 등에 대해서도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이해찬#장애인 비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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