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구난방 부동산 처방, 이젠 ‘다주택 공무원 징역형’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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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위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1급 공무원은 물론이고 국토교통부 공무원에 대해 1주택 외 주택을 60일 내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에 맡기고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야 한다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 대표 발의로 제출됐다.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민정수석 등 청와대 주요 비서진 인사에서도 다주택 보유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한다.

뇌물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마련한 집을 팔지 않는다고 형사 처벌까지 하는 것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헌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 소지를 알고 있을 국회의원들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발언하고 발의하는 것은 무책임하게 시류에 영합하는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실련을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들은 오래전부터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심지어는 주거지 주소까지 문제를 삼으면서 집값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집값 폭등과 실제적으로 얼마나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과연 이를 해소하는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집값이 떨어지지 않도록 부동산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는 발상은 입증할 수 없을뿐더러 당사자들에게는 모욕으로 들릴 수도 있다.

21대 국회 들어 여야가 발의한 부동산 관련 법안이 54건이나 된다. 개중엔 시도지사가 표준임대료를 정하자거나, 세입자가 계약 연장을 요구하면 집주인은 거절할 수 없도록 사실상 무기한 계약 연장을 보장하자는 법안들도 있다. 집값 안정과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취지와는 달리 임대료 폭등을 포함해 주택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지게 할 게 뻔한 중구난방 입법경쟁이 우려스럽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다주택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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