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소극장 집단감염, 관객 800명 떤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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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명 확진-밀접 접촉자 850명
33m2 면적 밀폐된 공연장 머물러… 대중교통-직장서 2차 확산 우려
도쿄 하루 400명대 확진 사태에 정부-고이케 지사 서로 “네탓”

출연자와 스태프, 관객 등 총 37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도쿄 신주쿠의 소극장 ‘신주쿠 시어터 모리엘’.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출연자와 스태프, 관객 등 총 37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도쿄 신주쿠의 소극장 ‘신주쿠 시어터 모리엘’.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도쿄의 한 소극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밀접 접촉자만 85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방역 당국과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도쿄 신주쿠의 소극장 ‘신주쿠 시어터 모리엘’서 열린(총 12회) 공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출연자 16명과 스태프 5명, 관객 16명 등 총 37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도쿄도는 아직 감염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해 공연과 관계된 밀접 접촉자가 850명(출연진·스태프 50명, 관객 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14일 오후 찾아간 소극장 앞엔 셔터가 내려진 채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었다. 공연장 내부 크기는 약 33m²(10평) 남짓한 작은 규모다. 현장에서 만난 한 건물 관계자는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공연이 이뤄지다 보니 집단 감염 우려가 컸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 이번 집단 감염이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연 관객 중에는 군마현 등 도쿄 인근 지역 거주자도 포함됐으며, 이들은 양성 판정 직전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정상 출근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지역 내 대규모 감염 가능성이 있다.

14일 도쿄 내 확진자는 143명으로 이달 2일 이후 거의 매일 100명 이상 감염자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9∼12일 4일간은 연속으로 2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2차 유행의 위험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전체 신규 확진자도 12일에는 407명이 발생해 두 달 반 만에 일일 확진자 400명 선을 넘겼다. NHK가 10∼12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긴급사태를 다시 선언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8%가 찬성했고, 반대 의견은 34%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도쿄 내 방역 책임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정부 간 ‘책임 떠넘기기’가 나타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1일 한 강연장에서 “도쿄 내 감염자 급증 문제는 ‘압도적’으로 도쿄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고이케 지사도 13일 도쿄도청 기자단에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데 정부는 관광 부흥책을 예정대로 진행하려 한다. 냉방(감염대책)과 난방(부흥책)을 동시에 어떻게 켤 것인가”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긴급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당초 8월 초부터 국내 관광 시 비용을 일부 보조해주는 관광 부흥책 ‘고 투 캠페인’을 펼치려던 계획을 앞당겨 이달 22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와 도쿄도 간의 갈등보다 양측이 코로나19의 2차 유행에 대한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도쿄#집단감염#소극장#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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