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2차 대전… “처장 임명 비토권” vs “법 고쳐서라도 돌파”[인사이드&인사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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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출범 여부’ 7월 국회 이슈로

25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수용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부터 시작되는 7월 임시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해 필요한 후속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5일 대검 모습.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5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수용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부터 시작되는 7월 임시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해 필요한 후속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5일 대검 모습.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지현 정치부 기자
김지현 정치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에 정해진 대로 7월에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 같은 ‘지시’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마음이 급해졌다. 공수처법 부칙에 따르면 공수처 출범 법정시한은 법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7월 15일)부터다. 예정된 출범일이 코앞에 닥쳐왔는데도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은커녕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수처법 후속법안 처리도 ‘공회전’만 반복하는 국회를 향해 문 대통령이 작심하고 독촉 메시지를 보내 것.

이어 문 대통령은 이틀 뒤인 지난달 24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며 재차 국회를 압박했다. 박 의장은 출범 법정시한을 보름 앞둔 1일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각각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선임을 요청하며 속도를 내달라고 했다.

갈 길이 먼 민주당은 결국 통합당을 배제한 채 초유의 단독 국회를 꾸린 데에 이어 당 대표가 나서 “공수처법 개정”까지 언급하며 ‘공수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에 반발하며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다 5일 국회 복귀를 선언한 미래통합당은 “위헌적 요소로 출범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공수처법 후속법안 처리에 확고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공수처가 출범하기까지 ‘첩첩산중’으로, 제2의 공수처 대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임박한 ‘공수처 2차 대전’
176석 의석수로 요즘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는 슈퍼여당이지만, 민주당도 공수처는 마음만큼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이미 공포된 공수처법에 따라 단계별로 거쳐야 하는 절차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수처가 출범하기 위한 첫 단추는 공수처장 임명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이 없는 상태에선 공수처 소속 수사관 임명이 불가능하다. 공수처 활동을 위한 조직 자체를 꾸릴 수 없다는 뜻이다. 공수처장을 뽑으려면, 7인으로 구성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있어야 한다. 추천위가 최종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다만 현행 공수처법(제6조 5항)은 법무부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각 추천하는 3인과 여당 몫 2인, 야당 몫 2인 등 모두 7인의 추천위 중 6인 이상이 찬성한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통합당이 추천한 위원 2인이 모두 반대할 경우 공수처장 후보를 확정할 수 없는 구조다. 일명 ‘야당 비토권’이다.

여기에 추천위의 후보 추천을 위해선 그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국회의 공수처 후속법안 처리가 선행돼야 한다. 후속법안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국회법 개정안 △추천위 운영 등에 관한 규칙(운영규칙) 등 세 가지다. 대통령의 공수처장 임명에 앞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직’의 범위에 공수처장을 새롭게 넣고, 공수처 소관 상임위원회를 법제사법위원회로 규정하는 등의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법 후속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일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의 7월 15일 출범이 시간적으로 어렵지만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하겠다”며 “7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 출범 후속입법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추천위 운영 등에 관한 규칙(운영규칙)의 경우 민주당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이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20대 국회에서 회기 종료로 폐기된 안을 다시 발의했다. 새로운 운영규칙안에 따르면 야당이 요청기한 내에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제2의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이 담겼다. 통합당은 이를 ‘야당 비토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여당에 추천권을 몰아주는 의도가 반영된 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 등에 출연해 “민주당이 아닌 다른 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통합당이 반대하는 공수처 출범을 밀어붙이기 위해 범여권 정당인 열린민주당(3석)으로 17명 이상의 여권 의원을 ‘이적’시켜 제2의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백혜련 의원 측은 야당 교섭단체가 3개 이상이었던 20대 국회 상황을 전제로 낸 운영 규칙안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당을 제외하고는 교섭단체가 아예 없는 21대 국회에선 큰 의미가 없는 규칙이라는 주장이다. 백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공수처법에서 이미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낸) 규칙이 법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며 “(미래통합당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했다.

○ ‘비토권’ 쥔 통합당 vs ‘법 개정’ 쥔 민주당
공수처 출범에 줄곧 반대해 온 통합당은 이미 5월에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헌법소원심판을 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헌법소원과 함께 공수처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헌재의 최종 결정까지 공수처 출범은 연기될 수밖에 없다. 공수처법 후속법안을 논의하자는 여당의 제안을 일축하고 있는 이유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으로 법을 통과시키면서 절차의 치명적 결함, 삼권분리 원칙과 우리 헌법 체계와 맞지 않는 점에 대한 헌재 판결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야당이 공수처 출범을 방해한다면, 법 개정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할 것”이라고 초강경 발언을 내놓은 뒤로 통합당은 경계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바로 다음 날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현재 공수처법을 개정하거나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여야 간 신뢰는 무너진 양상이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청와대 하수인을 공수처장이나 수사관으로 앉히려고 할 때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최소한 권한까지도 박탈하는 궁리부터 먼저 하고, 그 선전포고부터 먼저 하고 있다”며 “이 상태에서 어떻게 우리가 추천위원을 추천하며 후보를 추천하겠냐”고 반문했다.

통합당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구성을 보이콧해 공수처 출범을 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모법(母法)인 공수처 설치법 개정’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백혜련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7월 15일까지 협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끝내 통합당에서 협력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윤호중 의원도 “통합당이 후보 추천에 응하지 않아 공수처 출범이 어려워지면, 오히려 공수처(설치)법 개정에 대한 명분을 통합당 스스로 제공해주게 될 것”이라며 법 개정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 후속법안이 통과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가 구성되더라도 야당에는 비토권이라는 마지막 카드가 남아있다. 주 원내대표가 5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당시 “문 대통령은 통합당이 공수처장 추천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인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민주당도 일관되게 거부권이 야당에 있다고 설명했다”고 거듭 강조하는 배경이다.

일단 ‘발등의 불’이었던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마무리한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구성작업에 돌입했다. 여당 몫 추천위 구성부터 해놓고 통합당과 계속 협의 및 압박을 이어가는 전략. 민주당 관계자는 “통합당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로 여당 몫 추천위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공수처를 출범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상황에서, 굳이 정파성이 강한 인사를 추천해 야당의 비토권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설치법 제정 과정에 관여했던 한 법조계 인사는 “국회의장 선출이나 국회 상임위 구성과 달리 공수처는 굉장히 정치적 쟁점이 많은 사안”이라며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앞세워 ‘수(數)의 정치’를 밀어붙일 수 있다고 해도, 정치적 후폭풍 등을 고려할 때 공수처장 추천과 임명까지 정파적으로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7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 후속입법에 최대한 속도는 낼 것”이라면서도 “현재 얼어붙은 정국을 고려하면 공수처 출범이 늦어지면 9월까지 미뤄질 수 있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김지현 정치부 기자 jhk85@donga.com
#공수처#비토권#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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