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경제

3D로 샘플 의상 만들고… 사이버 모델이 가상 패션쇼

입력 2020-06-29 03:00업데이트 2020-06-29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의류업계 제작 시스템도 ‘언택트’
원단 QR코드, 폰으로 스캔하면 가상모델이 해당 소재 옷입고 워킹
온라인으로 수정-생산지시 척척… 이랜드, 대면접촉-비용 크게 줄여
예비 유니콘 이스트엔드도 플랫폼… 고객 홈피 의뢰→생산 ‘2주면 끝’
서울 금천구 이랜드 사옥에선 22일부터 이틀간 사내 디자이너 등을 상대로 사이버 모델이 옷의 질감이나 핏을 보여주는 ‘가상 패션쇼’가 열렸다. 행사장에는 옷을 만들 때 필요한 소재(원단) 일부가 QR코드와 함께 나열돼 있었다. 참관을 온 디자이너가 QR코드를 스캔하자 사이버 모델이 해당 소재로 만든 옷을 입고 가상공간에서 패션쇼 무대를 걷는 모습이 나왔다. 이랜드의 ‘3D 샘플 제작’ 시스템이다. 이를 활용하면 사내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소재가 나왔을 때 실제론 옷 샘플을 한 번도 만들지 않고도 상품용 옷을 만들 수 있다. 단추나 지퍼 같은 부자재를 달았을 때 모습도 3차원(3D)으로 확인한 뒤 생산에 돌입한다.

22일 서울 금천구 이랜드사옥에서 이랜드 사내 디자이너들이 원단의 QR코드를 스캔해 해당 원단으로 만들어진 3D 샘플 디자인을 확인하고 있다. 이랜드 제공
이랜드 관계자는 “관심 있는 소재로 샘플 의상을 만들고 모델에게 입혀서 고칠 점을 찾고, 다시 수정하는 모든 과정을 가상공간에서 할 수 있어 사람들끼리 만나는 횟수나 시간을 확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겨냥해 ‘언택트(Untact·비대면)’ 패션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소재 확인부터 샘플 의상 제작 및 수정, 옷 생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대면 접촉이 불가피했던 의류 생산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이랜드는 2009년 베트남 국영기업이었던 탕콤 공장을 인수한 뒤 소재와 의류를 3D로 구현하는 시스템을 준비해 왔다. 이어 2019년 4월 ‘3D 샘플 제작’을 도입했다. 소재 표면을 스캔하고, 색상 번호를 입력해 실제 옷과 거의 비슷하게 가상의 샘플을 만들어준다. 이러한 과정은 짧게는 3시간이면 끝난다. 디자이너는 이메일로 수정 요청을 하거나 바로 생산을 의뢰할 수 있다. 이랜드 측은 “원단 시장과 공장을 오가며 샘플을 만드는 시간, 대면 접촉 횟수, 비용을 줄여 하루 만에 자신의 옷 샘플을 받아볼 수 있다”며 “기존 방식인 샘플 제작 후 평균 3회 이상 수정하며 주고받는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샘플 제작비용을 최소 5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언택트 패션 제작 시스템을 활용해 만든 니트, 후드티 등을 올가을 국내 스파오 매장에서 처음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일본 뉴발란스가 니트, 마스크 등의 3D 샘플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이랜드 측은 3D 샘플 제작 확대를 위해 타 기업과의 협업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언택트 패션 제작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전 세계 디자이너와 유통업계 관계자에게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동대문, 중국의 광저우 등 전 세계 온·오프라인 의류 생산·유통 종사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최신 트렌드의 옷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제품 디자인 수정 및 생산 서비스를 제공 중인 패션플랫폼 이스트엔드에서 제작된 의류. 이스트엔드 제공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아기(예비) 유니콘’으로 선정한 이스트엔드는 패션사업을 처음 해본 사람도 비대면 방식으로 옷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스트엔드 홈페이지에서 고객이 생산을 의뢰하면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디자인을 제안하고 수정 및 생산까지 해준다. 실제로 의류 생산 경험이 없는 유튜버를 비롯해 해외에 있는 태국 디자이너 브랜드 등이 올 상반기(1∼6월) 중 이스트엔드에 의뢰해 신상품을 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 일궈낸 성과다. 김동진 이스트엔드 대표는 “고객 의뢰부터 생산까지 2주 안에 마칠 수 있고, 비용도 일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보다 약 10∼15%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