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사 긴 터널 이제야 벗어나나”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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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수사중단-불기소 권고]李부회장 검찰-법원 89차례 출석
계열사 50여차례 압수수색 당해… ‘검찰 수사 피로감’에 기업활동 위축
“불법행위 없었다” 삼성 주장 힘실려… “글로벌 경영 속도내는 계기될 것”

26일 하루 종일 긴장 속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결과를 기다린 삼성은 수사 중단과 불기소 처분 권고가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수사심의위의 외부 전문가들이 기소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그간 “불법 행위가 없었다”는 삼성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이제야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기소 여부는 검찰이 최종 판단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려 불기소 권고를 존중해주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상태다.

총 89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6년 11월 이후 검찰 및 법원에 출석한 횟수다. 삼성은 2016년 국정농단 관련 특검 수사,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관련 검찰 수사 등 5년째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5년째 이어지는 수사의 핵심 사안이었다. 특검과 검찰 모두 합병을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보고 수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들은 특히 2018년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 들어간 후 1년 8개월 동안 50여 차례 압수수색을 받았고 임직원들은 430여 차례 소환됐다. 삼성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 피로감이 극심하다’는 말이 나왔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데 이어 미중 무역갈등이 반도체 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삼성의 위기감은 가중됐다. 이달 7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27주년에 삼성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인데,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다.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재계도 검찰 수사에 대해 우려스럽게 봤다.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불법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틀로만 보면서 기업이 주가 방어에 나서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마저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승계 프레임’에서 한발 떨어져 보면 자사주 매입 등이 기업의 정상적인 행위였다는 것을 이번에 수사심의위가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을 권고한 만큼 이 부회장은 재소환이나 구속영장 재청구 등의 우려를 덜고, 광폭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뉴 삼성’ 비전을 선언하며 신사업 발굴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일 검찰이 최종적으로 기소를 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이 같은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와 관계없이 지난달 중국 시안 반도체 증설 현장을 다녀온 데 이어 경기 평택사업장에 18조 원가량의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도 화성 반도체 사업장, 수원 생활가전사업부 등을 연달아 찾아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경영 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지금을 극단적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기술 혁신 및 투자에 매진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이다.

김현수 kimhs@donga.com·서동일 기자
#삼성#수사심의위#이재용#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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