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감시의 눈’ 타고 2000시간 비행 대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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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美공군 제오르제스쿠 중령… 35명뿐인 U-2 정찰기 기록 세워
특수복 입고 10시간 홀로 비행 고통 “완벽한 임무수행에 큰 자부심”

주한 미 공군의 U―2 정찰기 부대를 지휘하는 유진 제오르제스쿠 중령(대대장)이 17일 U―2기 2000시간 비행 기록을 수립한 뒤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 활주로에 내려서고 있다. U―2기 근 70년 운용 역사상 2000시간의 비
행기록을 세운 조종사는 제오르제스쿠 중령을 포함해 35명뿐이라고 미 공군은 25일 밝혔다. 출처 미 공군 홈페이지
주한 미 공군의 U―2 정찰기 부대를 지휘하는 유진 제오르제스쿠 중령(대대장)이 17일 U―2기 2000시간 비행 기록을 수립한 뒤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 활주로에 내려서고 있다. U―2기 근 70년 운용 역사상 2000시간의 비 행기록을 세운 조종사는 제오르제스쿠 중령을 포함해 35명뿐이라고 미 공군은 25일 밝혔다. 출처 미 공군 홈페이지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재차 언급하며 군사 도발을 위협한 17일 낮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의 활주로에서는 특별한 축하 행사가 열렸다.

주한 미 공군의 U-2 정찰기 부대(제5정찰대대)를 지휘하는 유진 제오르제스쿠 중령(대대장)이 2000시간의 U-2기 비행 기록을 수립한 것. 그가 이날 U-2기를 타고 대북 감시비행을 마친 뒤 기지로 복귀하자 부대원들은 박수로 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중반 ‘철의 장막’(소련)을 들여다보기 위해 극비리에 개발된 U-2기는 지금까지 현역으로 한반도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근 70년의 운용 역사를 통틀어 배출된 U-2기 조종사는 1060명에 불과하고, 그중 2000시간의 비행기록을 세운 조종사는 제오르제스쿠 중령을 포함해 35명뿐이라고 미 공군은 25일 밝혔다.

그만큼 U-2기의 비행 임무가 힘들기 때문이다. U-2기 조종사는 출격 한 시간 전 100% 산소 호흡으로 체내 질소를 최대한 제거한 뒤 우주복 같은 특수비행복을 착용한다. 민항기 비행 고도의 2배가 넘는 7만 피트(약 21km) 상공에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 비좁은 조종석에서 홀로 10시간 안팎의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치약 형태의 ‘튜브 푸드’로 끼니를 때우고, 생리 현상도 속옷 안에 착용한 별도의 수거 장치로 해결해야 한다. U-2기 조종복에 부착된 ‘우리는 홀로 비행한다’는 뜻의 라틴어가 적힌 패치도 이런 어려움을 방증한다.

2013년부터 U-2기 조종간을 잡은 제오르제스쿠 중령은 “지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공을 비행하는 U-2기 조종사가 된 것은 행운이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미 공군은 전했다. 지난해 6월 제5정찰대대장으로 부임한 그는 2000시간 비행기록 달성의 공을 부대원과 가족에게 돌리기도 했다.

‘드래건 레이디’라는 별칭의 U-2기는 대북 감시의 ‘첨병’이다. 1976년 5월 대북 정찰에 최초 투입된 뒤 40년 넘게 한반도 상공의 감시자로 활동하고 있다. 오산기지의 제5정찰대대는 대북 정보 수집의 최일선 부대로 거의 매일 U-2기를 출격시켜 휴전선 일대의 북한군 움직임과 핵·미사일 동향을 첨단 감시 장비로 훑어낸다. 이 부대는 4대의 U-2기와 조종사, 정비 관제요원 등 200여 명으로 이뤄져 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도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시작으로 북한의 대남 도발 공세가 격화되자 U-2기의 감시 태세를 크게 강화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서울 불바다#美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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