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흰밥에 반찬은 선어회, 자갈치의 명물 ‘회백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산명물횟집의 ‘회백밥’. 석창인 씨 제공
부산명물횟집의 ‘회백밥’.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남들보다 식당에 관한 정보를 조금 더 안다는 원죄 탓에 시도 때도 없는 연락을 받습니다. 진료할 때도, 식사할 때도, 심지어 잠자리에 들 시간에도 제 사정을 봐주지 않습니다. 지인들은 ‘지금 어디를 여행 중인데 맛있는 식당 몇 곳을 추천해 달라’는 것을 주로 묻지요. 귀찮기도 하지만 어려서부터 숙제 강박이 심해 제가 아는 식당들은 물론 도처에 계신 상수(上手)들에게 문의도 하고 인터넷 검색까지 한 뒤에 답장을 해줘야 마음이 놓입니다.

부산역에 내리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로 상징되는 자갈치시장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제가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부산명물횟집’이 있는데 상호 그대로 자갈치 최고의 명물입니다. 1946년에 창업을 하였다니 부산과 경남 등지에서 밥깨나 드시고 다닌 분이라면 이 집을 모를 수가 없습니다. 이 식당에서는 회를 반찬으로 내는 독특한 백반을 내는데 그 이름이 당황스럽게도 ‘회백밥’입니다. 회백반의 오기인지 요령부득이지만, 새삼 고칠 이유가 없는 것이 식당의 대표 메뉴로 굳어진 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백반은 ‘흰밥에 국과 몇 가지 반찬을 끼워 파는 한 상의 음식’이라 정의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에 아무 단어가 없이 백반이라 써 붙인 식당은 매일 국과 반찬을 다르게 낼 수 있지만 흰밥은 언제나 고정 출연임을 의미하죠. 김치찌개백반이라면 밥, 국, 반찬이 나오고 김치찌개가 주연이 되는 것이죠. 여담이지만, 미국의 한식당에서 불고기백반을 주문한 서양인들은 따라 나오는 여러 반찬에 손도 안 대는 사람들이 있다더군요. 직접 돈을 내고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공짜로 나왔으니 반찬 재활용을 의심하거나 추가 지출을 걱정한다던가요.

회백밥에 나오는 생선회는 활어회가 아니라 어느 정도 숙성을 시킨 선어회입니다. 대개 광어와 도미 두 종류로 횟감을 내는데 찰진 식감에 더하여 감칠맛까지 상당하고, 따라 나오는 생선맑은탕과 다른 밑반찬들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한번은 구석 테이블에 앉아 소주 한잔 곁들여 회백밥을 즐기는데, 옆자리에 앉으신 80대 어르신들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습니다. 이젠 다들 은퇴하시고 친구들과 등산을 다녀온 뒤에 노포식당에서 맛있는 음식과 반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일과이신 듯합니다. 그런데 그분들의 말투가 경상도뿐만 아니라 전라도, 충청도를 포함한 이북 사투리까지 다양하였는데 놀랍게도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너무나 조화롭게 들리지 뭡니까? 부산은 국제적 항구도시여서 전국 팔도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온 사람들도 많으니 자연스럽게 ‘언어의 용광로’가 되었고, 이런 환경은 당연히 부산의 음식 문화에까지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사족 같지만, 부산의 맛집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가수 최백호의 노래 ‘부산에 가면’을 추천합니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부산역, 달맞이고개, 광안리 같은 단어들이 애피타이저 역할을 넉넉하게 해주니까요.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부산명물횟집= 부산 중구 자갈치해안로 55, 회백밥 3만5000원 특회백밥 4만8000원
#선어회#자갈치#회백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