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 “캔디 이미지 버리고 도끼 들고 좀비와 싸웠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영화 ‘#살아있다’ 주연 맡은 박신혜
배우 유아인과 처음으로 호흡, 기존과 다른 좀비물에 매료
“집에 홀로 고립된 영화 속 상황 거리두기 일상화된 요즘 같네요”

정체불명의 원인으로 사람들이 서로 물고 물리며 좀비로 변하는 세상. 하얗게 변한 동공, 퍼런 혈관이 드러난 얼굴로 뛰어드는 좀비들을 피해 아파트에 스스로를 가둔 준우(유아인)는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집에 남은 음식들을 모조리 꺼내 하루에 먹을 양을 계산하고,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베란다에 매달리는 무모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희미하게 연결됐다 끊어지는 와이파이와 함께 삶에 대한 그의 의지도 점차 사라져 간다. 목숨을 끊으려는 준우를 붙든 건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유빈(박신혜·사진)이 보낸 레이저 신호다. 그의 등장과 함께 영화 ‘#살아있다’는 비로소 생명력을 띤다. 고독의 나락으로 떨어지려던 준우는 자신 외에 또 다른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고립됐던 두 사람이 연대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두 사람의 의지가 폭발한다.

‘#살아있다’가 전하는 ‘연대의 힘’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 박신혜(30)를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24일 개봉한 ‘#살아있다’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맷 네일러의 원작 ‘얼론(ALONE)’을 토대로 조일형 감독이 제작했다.

“기존 좀비물과 달리 오로지 집 안, 개인적인 공간에서 나 혼자 겪는 갈등과 고민이 담긴 점이 신선했어요. 홀로 고립돼 모든 걸 포기하려던 순간 준우와 유빈이 서로를 만나 한 줄기 희망을 얻고, 함께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점이 기존 좀비물과의 차별점이죠.”

유빈은 기존에 박신혜가 맡았던 캐릭터와 결이 다르다. ‘미남이시네요’ ‘상속자들’ ‘피노키오’ 등에서 시련이 닥쳐도 꿋꿋이 이겨내는 ‘캔디형’ 여주인공을 연기했다. 유빈은 현실적이고 냉철하다. 더 이상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유빈은 본인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준우와 전혀 다른 캐릭터예요. 저라면 절대 그렇게 못 했을 것 같지만 유빈은 집 안에 요새를 만들고 부비트랩을 설치하죠. 로프를 타고 침입하려던 좀비의 손을 도끼로 내려찍는 담대함도 있어요.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상황을 해결하는 성격을 잘 표현하는 데 집중했어요.”

극의 후반부까지 준우와 유빈은 서로 대면하지 않는다. 휴대전화 네온사인으로 적은 메시지나, 아파트 간 로프를 연결해 주고받은 무전기로 소통한다. 실제로도 박신혜와 유아인은 각자의 공간에서 혼자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대사가 최소화된 상황에서 공포감와 두려움을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해야 했어요. 압박감이 엄습해 오는 상황에 처했을 때의 제 표정, 주변 소리나 집에 설치된 장비의 흔들림 등 미묘한 효과들이 더 현장의 공포감을 살려줬어요.”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과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고립되어 있다는 게 유쾌한 상황은 아니잖아요. 준우와 유빈이 홀로 고립됐다가 누군가를 만나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얻은 것처럼 관객들도 비록 지금 상황이 힘들지만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살아있다#박신혜#좀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