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금지 아닌 과대포장 OUT[현장에서/강은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우유 2개를 띠지로 묶어 재포장한 상품. 동아일보DB
우유 2개를 띠지로 묶어 재포장한 상품. 동아일보DB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대형마트에 가면 1개 가격으로 2개를 살 수 있는 제품이 많다. 이른바 ‘1+1’ 상품이다. 우유가 대표적이다. 보통 750mL짜리 우유 1개를 사면 1개가 딸려온다. 아예 손잡이가 달린 가방 형태의 비닐포장에 우유 2개를 넣어 판매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 대형마트는 이런 형태의 우유 판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얇은 접착식 띠지를 이용해 우유를 묶었다. 두 방식 모두 소비자가 가져가는 우유 개수는 같다. 차이는 집에서 버려야 할 포장재의 양이다.

7월 시행 예정인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재포장 금지 규칙)을 적용하면 우유를 할인 판매할 때 하나의 비닐포장에 담아서 제공하는 건 금지다. 하지만 띠지를 이용해 묶어 판매하는 건 가능하다. 묶음이 아니어도 우유 2개를 집어서 계산할 수 있다.

개정 자원재활용법의 하위법령인 이른바 재포장 금지 규칙을 둘러싸고 할인까지 금지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의 핵심 내용은 제조·수입업자나 대형마트가 이미 출시된 제품을 다시 포장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생산단계부터 6개가 묶인 맥주 캔이나 16개들이로 판매되는 도시락김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앞서 정부는 올 1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판촉을 위한 1+1, 묶음 등의 불필요한 재포장 사례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지는 과대포장을 줄이는 것이다. 증정품이나 동일제품을 얹어주는 마케팅 때 다시 포장하는 관행을 억제해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의 과다 사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재포장은 상품 전체를 감싸는 형태를 말한다. 테이프용 띠지로 묶거나, 뚜껑에 고리를 달아 연결하는 건 제재 대상이 아니다. 포장하지 않고 가격표에 ‘1+1 상품’으로 안내하는 것도 가능하다. 할인은 자유롭게 하되, 상품을 감싸는 포장재 양만 줄이라는 것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 관점에서 볼 때 규제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포장재 쓰레기로 인한 환경파괴를 외면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 중 포장재는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하루 평균 폐기물 발생량은 2012년 39만4000t에서 2018년 43만 t으로 증가세다. 이미 지난해부터 대형마트 등에선 비닐봉투가 사라졌고, 포장·배달업계는 배달용기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20% 줄이는 데 동참했다.

문제는 제품의 종류에 따라 판촉 형식은 다양하고 복잡한 반면 새로운 규칙은 꼼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면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모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달리 크고 화려한 포장보다 환경에 덜 해로운 제품을 찾는 현명한 소비자가 많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과 소비자를 설득하면 ‘착한 규제’는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kej09@donga.com
#할인 금지#과대포장#재포장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