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경 되도록 뭐했나” 여권서도 쇄신론… 정의용-서훈에 눈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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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위기]김연철 통일부장관 사의 표명
김두관 “통일부 완전히 개조해야”… 여권서 외교-안보라인 책임론 대두
정의용 실장-서훈 원장 작년부터 사의설
통일부, 당분간 차관 대행체제… 장관으로 임종석-우상호 등 거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국정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09.04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국정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09.04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고조로 치닫는 남북 긴장 국면의 불똥이 외교·안보 라인 개편으로 옮겨 붙고 있다. 여권에서조차 “외교·안보 라인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쇄신론이 터져 나왔고, 결국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제 정치권과 외교가의 관심은 대북 라인 투톱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경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 “남북 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한반도 평화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에 끝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직후 사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해 4월 취임했다.

김 장관의 사퇴는 여권 내부의 기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6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으면 정 실장과 김 장관은 책임지고 먼저 사표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이날 김 장관의 사의 표명 전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통일부도 완전히 개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외교·안보 라인 개편 목소리가 커지는 첫 번째 이유는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도록 외교·안보 라인은 뭘 했느냐”는 책임론이다. 북한이 대남 공세의 빌미로 삼았던 대북전단(삐라)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외교·안보 라인이 신경 쓰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남북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계기로 냉각기를 갖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 장관도 사의 표명 뒤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제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부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사퇴를 두고 “청와대가 대남 강경 공세를 주도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치적을 하나 더 달아준 셈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당분간 김 장관의 후임을 지명하지 않고 서호 통일부 차관 대행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통일부 장관 후보로는 2018년 남북 대화 국면의 핵심이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지난해 3월 개각 당시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민주당 우상호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다.

한편 대북 라인의 투톱인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해 와 지난해부터 계속 사의설이 불거진 바 있다. 올해 74세인 정 실장은 4·15총선 전부터 “이제는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여당에선 서 원장에 대한 책임론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던 것”이라며 “국정원이 (청와대에) 희망 섞인 보고를 한 건지, 나쁘게 말하면 기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남북관계 위기#김연철 장관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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