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흑인 생명도 소중’ 현수막 이틀만에 내려… ‘본국 지시’ 부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특정단체 지지 오해 피하기 위해” 해리스 대사가 직접 철거 지시
로이터 “트럼프, 현수막에 불만표명”

14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외벽에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한 메시지(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를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사진). 이 현수막은 16일 ‘한국전쟁 70주년 잊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으로 바뀌었다. 김동주 zoo@donga.com·김재명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외벽에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한 메시지(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를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사진). 이 현수막은 16일 ‘한국전쟁 70주년 잊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으로 바뀌었다. 김동주 zoo@donga.com·김재명 기자
주한 미국대사관에 걸렸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현수막이 15일 저녁 철거됐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13일 걸렸던 것이지만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내려진 것이다.

주한 미대사관 대변인은 16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인종차별, 특히 흑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 폭력과 관련해 우려를 갖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현수막을 걸기로 결정했었다”면서도 “대사의 의도는 특정 단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인 세금이 (특정) 단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쓰인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현수막 철거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자신이 직접 걸기로 한 현수막을 내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대사관 대변인은 이어 “대사관은 (인종평등과 표현의 자유 같은) 미국의 핵심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16일 대사관은 공식 트위터에 “지난 주말 미대사관 커뮤니티에서는 인종차별 등에 항의하며 평화로운 시위를 하고 있는 미국인을 지지하는 연대의 행진과 촛불행사가 열렸다”고 적고 실제 열린 행사 영상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인해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 현수막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해외 공관에 사실상 자신을 비난하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현수막이 걸린 것을 그냥 둘 리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미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백인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잔혹한 사망에 대해 미국은 분노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며 본국의 지시로 현수막을 내렸다는 관측을 일단 부인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주한 미국대사관#흑인 생명도 소중하다#해리스 대사#철거 지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