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에 나타난 생모, 7700만원 토해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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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딸 장례식도 안 오고 유족급여 8000여만원 수령
법원 “친부에 양육비 지급하라”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등을 받아간 생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16일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에 따르면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숨진 소방관의 아버지 A 씨(63)가 전 부인 B 씨(65)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B 씨는 A 씨에게 7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1월 수도권 소방서에서 근무하던 딸(당시 만 32세)이 세상을 뜬 뒤 공무원연금공단은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결정했고 B 씨는 8000여만 원을 받아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B 씨를 상대로 법원에 양육비 1억1000여만 원을 청구하는 가사소송을 냈다.

A 씨 측은 B 씨가 1988년 이혼한 뒤 단 한 차례도 가족과 만나지 않았고 딸의 장례식장에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B 씨와 헤어진 뒤 배추, 수박 등 노점상을 하며 어렵게 딸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B 씨는 법정에서 “이혼한 뒤 A 씨가 딸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딸이 찾아오면 때리기도 했다. A 씨의 양육은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이나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양육이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이나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A 씨는 1988년 이혼 무렵부터 자녀들이 성년에 이르기까지 홀로 양육했고 B 씨는 A 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며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나눠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원=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유족급여#양육비#청구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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