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민정실, 금감원에 우리銀 제재 재촉… 월권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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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해킹 사고 등 빨리 처리를”
금감원, 제재 근거 부족해 난감
靑민정실 감찰 대상도 안돼

금융감독원을 감찰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우리은행의 ‘비밀번호 도용’과는 별건으로 2018년과 지난해 발생한 우리은행에 대한 제재안 2건을 발견해 해당 건을 빨리 처리하라고 금감원에 통보했다. 이 건은 금감원의 일반 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비위 감찰의 영역이 아닌 만큼 민정수석실의 권한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은 2018년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고객정보 유출 전산사고’와 기타 제재 1건을 서둘러 처리하라고 금감원에 통보했다. 이 중 우리은행 전산사고는 2018년 6월 고객 정보 유출을 목적으로 해킹 시도가 벌어졌던 사건이다.

금감원은 기존에 해당 건을 처리하기 위해 제재 담당 부서에 기안을 올리기도 했지만, 해당 부서에서 제재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민정이 제재를 서두르라고 하자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금감원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징계했다가 소송까지 가게 돼 이번에 다시 제재를 내렸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은 대통령비서실 직제령 7조 1항에 따라 감찰 수행 대상을 대통령 임명직 및 임원으로 한정한다. 금감원으로 따지면 원장과 감사의 비위 감찰이다. 최근 민정이 금감원에 간부 2명의 징계를 요구한 데 이어 금융회사 제재 처리까지 요구한 게 권한을 넘어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민정수석실의 감찰 계기가 된 우리은행 비번 도용 건은 금융위원회조차 제재 근거 법령을 찾기 위해 수차례 회의를 진행할 만큼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었다. 금감원은 해당 건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법 해석을 요청했고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가 최근에야 전자금융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이 제재가 늦어진 이유를 두고 ‘우리은행을 봐주려는 일부 금감원 간부 때문’으로 봤고 해당 간부를 징계하라고 금감원에 통보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민정수석#금감원 감찰#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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