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 비상 대학가 기말고사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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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시험땐 부정행위 걱정… 대면방식 전환은 코로나 우려
서울대 “교수 재량” 결정하자 학생들 “수업은 온라인인데…” 반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 등에서 재확산되면서 대학들이 8일경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기말고사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강의실에 모여 대면 시험을 치르자니 집단 감염이 우려되고, 온라인 비대면 시험은 부정행위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미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는 최근 대면시험 여부를 교수 재량에 맡기기로 결정하자 재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최근 쿠팡 부천물류센터와 인천 개척교회 등에서 집단 감염이 이어지는데 대학 강의실에 모여 시험을 치르는 건 위험이 크다는 이유다. 서울대에 다니는 이모 씨(27)는 “학생들은 강의실을 ‘3밀(밀폐, 밀접, 밀집)’이라 부를 정도로 감염에 취약한 공간이다. 강의는 전부 온라인으로 해놓고 시험만 대면으로 치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직무를 대행하는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가 지난달 말 벌인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응답자 1791명 가운데 1483명(82.8%)이 “대면 시험은 안전하지 않다”며 반대했다. 연석회의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기말고사를 전면 비대면 시험으로 실시해 학생의 건강권을 보장하라”고 했다. 5일 이러한 요구를 담은 기자회견도 가질 예정이다.

고려대도 기말고사는 원칙적으로 대면 방식으로 치르겠다고 공지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재학생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7000여 명 가운데 6000여 명(약 80%)이 학교 방침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대학들로선 선뜻 온라인 시험을 선택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인하대 의대를 비롯해 서강대 수학과 전자공학과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건국대 공대 역시 4월 말 비대면 중간고사에서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대는 “모든 강의의 기말고사를 온라인 방식으로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걱정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기준을 갑자기 바꾸는 게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학 측은 시험 일정을 3주에 걸쳐 분산시켜 학생들의 밀집을 막고, 2m 거리 두기와 발열 체크 등 예방 조치를 충분히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온라인 시험을 치러온 몇몇 사이버대학은 △같은 인터넷주소(IP주소)로 접속하면 집단 커닝으로 간주하고 △화면전환 특수키 사용을 제한하며 △기말고사를 치르는 모습을 실시간 전송하게 하는 등 다양한 부정행위 방지 대책을 실시해왔다. 한 교육 전문가는 “시간이 있었던 만큼 대학들도 미리 연구만 했다면 충분히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제야 ‘사후약방문’을 내놓으며 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한성희 기자
#대학교#기말고사#대면 시험#부정행위#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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