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혁신으로 출연연 연구자의 꿈을 되찾아줄 것”

지명훈 기자 입력 2020-05-18 03:00수정 2020-05-1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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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단기 성과 중심의 정량평가 지양
과학기술 주체간 유기적 협력으로 국가의 신성장 동력 창출 가능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이 꿈과 의욕을 잃은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결국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에 가면 ‘국가와 국민에 대답하는 연구원’이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다. 지자연을 포함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들의 미션을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2018년 8월 취임한 김복철 원장이 이를 위해 제시한 돌파구는 ‘조직문화 혁신’이었다. 그는 그동안 구성원들이 치열한 토론을 거쳐 조직문화 혁신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위한 핵심 가치를 채택해 실천하도록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김 원장으로부터 조직문화 혁신 프로젝트가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들어봤다.

―출연연에 대한 혁신 요구가 많다.

“출연연이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거다. 이제 우리는 과학기술 세계 10대 강국에 진입했다. 하지만 아직 많은 부분에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 급변하는 시대환경에서 국가 과학기술 혁신 주체로서 역할 포지셔닝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


―현 시점에서 무엇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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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주체인 산업계-대학-출연연, 대기업-중소·중견기업 간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보다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연구개발의 기획 단계부터 보다 입체적, 협력적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를 설계해야 한다. 연구개발과 혁신이 연계돼야 국가의 신성장동력의 창출이 가능하다.”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출연연에 필요한 건 뭔가.

“‘조직문화 혁신’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현재 출연연들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연구자들의 개인주의와 꿈의 상실에 있다. 출연연의 연구자들은 연구에 대한 갈증과 국가 발전이나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겠다는 꿈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연구자만의 문제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지난 20여 년간 진행되어 온 단기 성과 중심의 정량평가 제도, 인건비 확보를 위한 과제 수주 경쟁을 초래한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관리 중심의 기관 운영, 잦은 거버넌스 교체 등 연구개발 업무의 특성을 간과한 운영 시스템이 큰 몫을 했다. 자긍심에 부풀어 출연연에 입사한 국가 과학자들이 이로 인해 크고 작은 좌절을 반복하면서 의욕을 상실해갔다. 그렇다 보니 논문과 특허 실적, 급여와 인센티브에 신경 쓰는 생활형 연구자들이 됐다.”

―조직문화 혁신에 나섰다는데….

“원장 취임 직후 ‘조직문화혁신실’을 신설했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더 좋은 KIGAM 만들기’ 캠페인을 벌였다. 구성원의 60%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 건강한 조직 문화의 기초 골격인 ‘KIGAM 다움 핵심가치’를 만들었다. 3대 핵심가치는 ‘전문성’, ‘존중’, ‘소통’이다.”

―어떤 의미가 담겼나.

“연구자에게 전문성은 존재의 이유 같은 거다. 또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협력해야 하며 ‘나 홀로’가 아닌 ‘함께’ 문화로 가야 좋은 성과를 낸다. 존중과 소통에 담긴 의미다. 우리 스스로 함께 고민하면서 찾아낸 가치들이어서 매우 뜻 깊고 값지다.”

―재량근무제를 도입했는데 핵심가치와도 관계가 있나.

“연구 현장의 자율성이 연구 성과를 좌우한다. 우리는 연구자들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강화하기 위해 100% 재량근무제를 도입했다. 연구자들의 출퇴근시간이나 일한 시간을 체크하지 않는다. 정시 출퇴근을 통한 양적 기준의 근태평가보다는 자율적인 선택을 통한 스마트한 시간관리를 유도한다. 구성원들의 반응이 좋고 효율성도 높다. 연구자를 믿어야 가능한 일인데 핵심가치의 존중에 해당한다.”

―주요 사업 혁신에 나섰다는데….

“사업을 조직별로 나눠주는 방식을 없애고 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연구주제는 연구원의 정체성, 역할과 책임(R&R)에 맞도록 대폭 수정했다. 출연연은 대학이나 기업에서는 할 수 없는 연구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기존의 5∼10개의 사업별 성과 목표도 3개 이하로 줄여 집중하도록 했다. 우리는 연구주제를 정하기 전에 연구내용과 목표가 출연연 미션에 부합하는지, 세계적인 학문적 수월성을 추구하는지, 인류의 난제 해결과 국가 및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것인지를 먼저 질문한다. 그 결과 기존 38개의 주요 사업을 26개(신규 창의형 혁신사업 5개 포함)로 정리했다. 도전성과 성실성을 중시하는 ‘GEO-PRIDE’ 시스템도 주요 사업 전반에 도입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덕연구개발특구#한국지질자원연구원#김복철#조직문화혁신실#재량근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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