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인터폴 총재 당선… 美 지지 업고 푸틴측근 제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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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87차 인터폴 총회에서 인터폴 선임부총재인 김종양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총재로 당선됐다. 이날 투표가 실시되기 전 김 총재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21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87차 인터폴 총회에서 인터폴 선임부총재인 김종양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총재로 당선됐다. 이날 투표가 실시되기 전 김 총재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전 세계 경찰 공조를 총괄하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수장으로 김종양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선출됐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87차 총회 마지막 날인 21일(현지 시간) 진행된 선거에서 김 신임 총재는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프로콥추크 인터폴 부총재를 누르고 당선됐다. 인터폴은 범죄 혐의자가 해외로 도피할 경우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회원국 간 공조 수사와 외교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역할을 한다. 회원국은 194개국으로 본부는 프랑스 리옹에 있다.

김 총재는 당선 직후 “우리 세계는 공공의 안전이나 안보와 관련해 전례 없는 큰 도전과 변화에 맞닥뜨리고 있다”며 “공동의 목표인 ‘안전한 세상’을 위해 함께 가자”고 소감을 밝혔다. 멍훙웨이(孟宏偉·64) 전 총재가 부패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돼 사임하면서 지난달부터 총재 권한대행을 맡은 김 총재는 코소보 회원 가입 문제 등을 원만히 처리한 데다 총재 출마 연설에서 “정치적 편향이나 개입을 차단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소외된 회원국의 치안력 격차 해소를 지원하겠다”고 말해 개발도상국들의 지지를 얻었다. 인터폴 총재 임기는 원래 4년이지만 전임자였던 멍 전 총재의 잔여 임기만 채워야 해 김 총재는 2020년 11월까지 2년간 재직한다.

김 총재는 1985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92년 고시 특별채용(경정)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관, 경찰청 핵안보기획단장, 경찰청 외사국장 등을 거친 경찰 내 대표적 ‘외사통’으로 평가된다. 경남지방경찰청장이던 2012년 인터폴 아시아 집행위원을 맡았고 경기지방경찰청장이던 2015년 인터폴 부총재로 선출됐다.

함께 근무했던 경찰 관계자들은 김 총재를 수수하면서도 적극적인 사람으로 기억했다. 한 경찰청 간부는 “수수했고 아랫사람에게 열려 있는 성격이었다”며 “늘 부하 직원들에게 사무실에서 복장이나 자세를 편하게 하라고 말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경찰 내부에서는 김 총재가 LA 주재관으로 있을 때 교민들과의 관계가 좋아 경찰의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다른 경찰관은 “외사 업무를 하면서 만난 직원들에게 ‘상대국 측과 만나 봤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적극적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1일 전국 지방경찰청에 김 총재의 당선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걸라고 지시하며 한국 경찰의 쾌거를 축하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김 총재 당선을 계기로 국제적 인재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터폴 분담금 기여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 초반에는 프로콥추크 부총재가 우세하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인터폴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과 국제인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김 총재를 지지해 전세를 뒤집었다. 프로콥추크 부총재는 러시아 내무부 관료 출신으로, 2011년부터 러시아 인터폴을 이끌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1980년대 옛 소련의 정보기관 KGB 해외정보국에 근무하며 유럽과 미국 학생들을 포섭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주요국들은 프로콥추크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선거 하루 전날 김 총재에 대한 공식 지지 의사를 밝혔고, 러시아와 긴장 관계인 리투아니아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인터폴 탈퇴 검토를 선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1일 “우리 후보가 당선되지 못해 유감이지만 선거 결과에 동의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면서 승복 의사를 밝히면서도 “이번 선거는 전례 없는 압력과 개입 속에 치러졌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총재 선출 직후 트위터에 “국민들과 함께 축하를 보낸다. 아주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조동주·홍석호 기자
#인터폴 총재#김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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