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땐 초미세먼지 ‘나쁨’의 최대 83배 흡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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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제는 OUT!]<4>담배연기 미세먼지 측정해보니

경기 부천에 위치한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 APM엔지니어링 연구실에서 연구원이 불을 붙인 담배를 시험관에 연결해 흡연 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담배 1개비가 타는 동안 시험관 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최대 3000μg까지 치솟았다. 
부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기 부천에 위치한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 APM엔지니어링 연구실에서 연구원이 불을 붙인 담배를 시험관에 연결해 흡연 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담배 1개비가 타는 동안 시험관 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최대 3000μg까지 치솟았다. 부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미세먼지가 심한 날,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던 직장인이 회사 건물로 들어가기 전 흡연구역에서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겠다며 마스크까지 쓴 이 직장인의 흡연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담배는 미세먼지 덩어리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실제 흡연 시 얼마나 많은 미세먼지가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기 부천에 있는 대기환경측정업체 APM엔지니어링에서 직접 실험을 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 하루 5개비만 피워도…

실험에는 타르 3mg, 니코틴 0.3mg인 담배를 사용했다. 흡연자는 담배를 피울 때 입으로 직접 연기를 빨아들이는 동시에 담배에서 나온 연기를 호흡할 때 마시게 된다. 실험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두 개의 별도 관에서 연기를 포집해 미세먼지 양을 합산했다. 실험을 맡은 김정호 박사는 “평소 담배를 피우는 상황과 똑같이 연출하기 위해 열린 공간에서 실험을 진행했고, 사람이 호흡할 때처럼 연기 흡입구멍을 주기적으로 열고 닫았다”고 말했다.

담배에 불을 붙이자 담배와 연결된 투명한 관에 희뿌연 담배연기가 가득 찼다. ‘123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2048μg…’ 측정기에 표시된 초미세먼지(PM2.5) 수치가 점점 오르더니 3000μg까지 치솟았다. 담배를 피울 때 실시간으로 나오는 초미세먼지의 순간 최대 배출량이 3000μg에 이른다는 얘기다. 이는 실외 초미세먼지 농도 ‘나쁨’ 기준(m³당 36μg 이상)의 83배에 이르는 수치다.

학계에선 통상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울 때 초미세먼지 총 배출량이 1만2000μg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 5개비만 피워도 6만 μg의 초미세먼지를 흡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성인 남녀가 하루 평균 들이마시는 호흡량은 각각 15.7m³와 12.8m³이다. 이들이 한 달 내내 100μg에 이르는 초고농도 초미세먼지를 들이마신다고 가정해도 남자는 4만7100μg, 여자는 3만8400μg을 흡입하게 된다. 담배 5개비로 흡입하는 양보다 적다.

○ 담배 피우고 마스크를 쓴다면?

흡연 시 발생한 미세먼지는 흡연자의 폐 속에 남아 있다가 다시 밖으로 배출된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밀폐된 공간에서 흡연 시 실내 공기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m³당 712μg이었다. 반면 흡연 5분 뒤 흡연자의 날숨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 농도는 781μg에 달해 공기 중 미세먼지보다 더 높았다. 흡연 시 바로 마스크를 쓰면 이를 고스란히 다시 들이마시는 셈이다. 또 흡연자와 흡연 직후 가까이에서 대화하는 것만으로 ‘간접흡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흡연 시 다량의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것은 흡연이 기본적으로 물질을 태우는 연소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기영 교수는 “고온에서 연소되면 이산화탄소 같은 작은 알갱이로 산화되는데 담배는 비교적 저온에서 연소되기 때문에 다량의 고분자물질(미세먼지)을 방출한다”고 설명했다.

흡연 시 미세먼지는 어마어마한 양 못지않게 크기와 구성도 문제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담배 미세먼지는 대부분 PM1.0 크기(입자의 크기가 1μm 이하인 먼지)로 초미세먼지보다 작아 인체 더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 중 미세먼지 안에는 해로운 물질과 해롭지 않은 물질이 섞여 있지만 4000여 개의 화학물질로 이뤄진 담배 미세먼지는 그야말로 발암물질 덩어리”라고 경고했다.

○ 전자담배는 괜찮나?

본보 실험 결과 최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최대 m³당 3000μg으로 일반 담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각종 독성물질은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이 나온 것도 있었다.

니코틴의 경우 전자담배가 350ppb(1ppb는 1000분의 1ppm)로, 일반 담배(50ppb)보다 높았다. 아세트알데하이드도 전자담배는 6000ppb, 일반 담배는 5000ppb로 측정됐다. 톨루엔은 일반 담배가 60ppb인 반면 전자담배가 180ppb였다. 다만 벤젠은 일반 담배가 35ppb, 전자담배가 2.5ppb였다.

김정호 박사는 “정밀한 수치는 실험 환경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자담배라고 해서 독성물질이 결코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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