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음모론’ 방송하자… 北 “천안함은 적폐청산 대상” 공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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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매체, 추적60분 직접 거론
“조작극” 주장하며 재조사 요구… 논란 확산시켜 南南갈등 노려

북한이 자신들이 자행한 천안함 폭침 사건을 도리어 반드시 청산돼야 할 ‘적폐’이자 ‘사상 초유의 현대판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북한이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한 손에는 남남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선전선동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천안호(천안함) 적폐는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는 논평을 내고 “최근 남조선에서 천안호 침몰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북남관계를 도륙내기 위해 날조해 낸 천안호 침몰 사건이라는 적폐를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KBS ‘추적 60분’의 천안함 음모론 방송을 직접 거론하며 재조사를 강하게 요구했다. 논평은 “3월 28일부터는 KBS 방송이 새로 입수한 천안호 침몰 당시 열영상감시장치의 동영상 자료와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를 가지고 제작한 기록편집물 ‘추적 60분’이 방영되어 사회 각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추적 60분은 ‘8년 만의 공개, 천안함 보고서의 진실’편을 통해 국방부가 천안함 피격 당시 CCTV 영상이라며 법정 증거로 낸 영상이 원본이 아닐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당시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했다”며 “북한 어뢰에 의한 공격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 관련 의혹이 다시 제기되자 북한은 이 틈새를 비집고 논란의 확산을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2일 방북한 우리 기자단을 만나 “남한에서 천안함 주범이라는 저 김영철”이라고 말해 천안함 유족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7일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에서도 “천안호 침몰 당시 증거자료들은 객관성과 과학성이 결여된 것들이다.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가 천안함 재조사를 현실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도 이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은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은 태도를 바로 가지고 사회각계의 (재조사) 요구에 화답해야 한다. 천안함 대결 정책들로 말미암아 북남관계는 총체적 파국상태에 처하게 되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천안함 폭침론을 적폐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천안함 사건을 슬쩍 끼워 넣으며 남남 분열을 증폭시키려는 전술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대북 전문가는 “2월 김영철이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가차 방한했을 때 청와대와 국방부가 ‘천안함 주범은 특정되지 않았다’며 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는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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