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나만의 핼러윈 복장’ 제작… 이 벤처가 주목받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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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열린 벤처캐피털 투자대회

개성이 넘치면서도 질 좋은 이벤트 의상을 원하는 소비자층을 공략한 미국의 온라인 패션 업체 ‘샤이너스티’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 사진 출처 샤이너스티 홈페이지
개성이 넘치면서도 질 좋은 이벤트 의상을 원하는 소비자층을 공략한 미국의 온라인 패션 업체 ‘샤이너스티’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 사진 출처 샤이너스티 홈페이지
올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대에서는 벤처캐피털 투자대회(VCIC) 최종 라운드가 열렸다. 이 대회는 전 세계 톱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생들이 참가해 벤처기업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직접 투자 전략을 짜는 벤처 투자 경연 대회다. 매년 지역별 예선을 거친 각국 MBA 학생들이 미국에 모여 자웅을 겨룬다. 올해는 각 지역 리그 1등을 차지한 총 12개 학교가 최종 라운드에 참가했다. 아시아 대표로는 중국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MBA와 싱가포르 인시아드 MBA가 참가했다.

최종 라운드에 투자 대상으로 참가한 벤처기업은 총 4곳으로 빅데이터 업체 키아나 애널리틱스(Kiana Analytics), 바이오 벤처 바이오제네시스(Biogenesis), 인공지능업체 프르소나스(PRSONAS), 온라인 패션업체 샤이너스티(Shinesty) 등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과 함께 이들 기업을 직접 실사하고 나름의 논리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짰다.

대회 참가자들은 VC 투자자들과 함께 실제 VC 투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필자가 속한 베이징대 팀은 4개의 벤처기업을 두루 만나 투자 결정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모았다. VC들이 투자와 관련된 의사 결정을 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크게 3가지였다. 시장의 규모와 타깃 시장의 잠재성, 차별화 가능성 그리고 창립 멤버의 구성이었다. 베이징대 팀 역시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4개의 벤처기업 중 적절한 투자 대상을 물색했다.

○ 시장 잠재성

베이징대 팀은 샤이너스티에 70억 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했다. 샤이너스티가 추구하는 사업 모델이 시장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샤이너스티는 핼러윈, 슈퍼볼(매년 2월 열리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등 주기적으로 열리는 이벤트에서 특별한 캐릭터 복장 입기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특별 의상을 제작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회사다. 샤이너스티는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특별 의상들이 저가에, 품질도 조잡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또한 우수한 품질의 의상을 선호하는 고객의 니즈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타깃 시장 자체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려웠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의 숨겨진 니즈를 발견해 이를 사업화한 것이다. 그 덕분에 샤이너스티는 창업 3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었다.

○ 차별화 가능성

베이징대 팀은 최종 투자 결정 단계에서 샤이너스티의 창업자와 20분씩 2회에 걸쳐 미팅을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샤이너스티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발견했다. 먼저, 크리스 화이트 샤이너스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패션 분야 사업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였지만 대학교 때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패션 아이템 사업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패션 유통업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었다. 패션 기업들의 고질적 문제인 재고, 계절성, 가격 정책 등에 대해서도 회사 차원의 대비책을 구축한 상태였다.

미래 비전 역시 확고했다. 화이트 대표는 “현재는 이벤트 시즌에 맞춰 상품 포트폴리오 및 전략을 기획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샤이너스티만의 독특한 장르를 구축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모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미래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간과하는 부분인 고객 소통에도 상당히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었으며 ‘샤이너스티 매드 랩(Shinesty Mad Labs)’이라는 창구를 활용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니즈를 분석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 창립 멤버 간 궁합

베이징대 팀이 샤이너스티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로는 창립 멤버들의 구성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VC 투자자들은 각 멤버가 어느 대학 출신이고 과거 학교 성적이 어땠는지보다는 현재 진출하려는 산업과의 연관성, 창업 성공에 대한 경험 유무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기업을 잘 이끌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창업자 그룹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샤이너스티가 추구하는 타깃 고객과 시장 잠재성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최종 투자 결정에 앞서 이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화이트 대표 등 창립 멤버 4명이 모두 갖고 있는 시장에 대한 빼어난 해석력과 멤버 간 ‘궁합’이었다. 화이트 대표는 과거 학교 대표로 VCIC 대회에 참가해 입상한 경험이 있어 VC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 샤이너스티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멤버 개개인의 역량 못지않게 VC 산업 내 인맥과 경험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결국 벤처업계도 실력 못지않게 인맥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주성민 중국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Guanghua MBA 재학생 sungmin.choo@pku.edu.cn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벤처캐피털#투자대회#샤이너스티#패션 벤처#벤처캐피털 투자대회#vc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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