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엉 입국때 써낸 주소는 과외교습소… 제주행적 미스터리

권기범기자 , 임재영기자 , 손효주기자 입력 2017-02-22 03:00수정 2017-02-2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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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제주시 신시가지 대로변 오피스텔, 교습소운영자가 같은 건물 살며 사용
소유주 “여행사 아닌 개인에 임대”
흐엉이 남자친구로 언급한 S씨, 베트남서 수개월간 가이드 경력
21일 오후 제주 제주시 신시가지에 있는 한 오피스텔.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 도안티흐엉(29·베트남)이 체류 예정지로 밝힌 원룸이 있는 곳이다. 10층이 넘는 오피스텔은 큰길 옆에 있다. 오피스텔에는 주거용 외에도 병원과 보험대리점 등 다양한 사무실이 입주해 있었다. 흐엉이 밝힌 주소지의 원룸은 49.5m²(약 15평) 크기로 세탁기와 TV 냉장고 침대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곳이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가 찾았을 때 원룸 안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편함도 텅 비어 있었다.

○ 흐엉 ‘교습소’에서 묵었나

흐엉은 제주공항 입국 심사 때 오피스텔 주소를 밝히며 “남자 친구 S 씨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인과 원룸 소유주 강모 씨(51)에 따르면 흐엉이 체류 예정지로 적은 원룸은 실제로 A 씨가 임차해 과외 교습소로 사용 중이다. A 씨는 같은 오피스텔 원룸에서 살면서 이곳을 교실처럼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에게 임대해준 곳이다. 여행사 등에서 숙박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 씨(25)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흐엉이 주소를 전달받아 입국 때 사용했을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흐엉은 베트남에서 현지 가이드로 일했다. S 씨도 베트남에서 수개월간 가이드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 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인 베트남인 B 씨는 “두 사람이 베트남에서 함께 일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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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씨는 또 해당 원룸을 빌려 쓰고 있는 A 씨와 서로 아는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을 볼 때 흐엉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주소지가 없어 입국이 어려워지자 S 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S 씨가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줬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흐엉이 실제로 해당 원룸에 묵었는지 여부인데 현재까지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 S 씨, “억울하다”

S 씨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 등에서 흐엉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은 여러 장 올라와 있었다. 당초 S 씨는 김정남 암살 다음 날인 14일 프랑스로 출국해 의문이 제기됐다. S 씨 프로필 사진에는 파리 밤거리에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등만 새로 올라왔다. 평범한 관광객의 모습이다. ‘의문의 출국’이라고 하기엔 특별한 점이 별로 없어 보였다.

S 씨는 취재진과의 메신저 대화에서 “제가 억울한 점에 대해 한국 정보 당국 관계자들에게 말했다”며 “정보 당국 관계자들도 ‘억울한 걸 이해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흐엉과 일면식도 없느냐”고 질문하자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어 “더 이상의 얘기는 할 수 없다”며 “귀국 후 조사를 받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S 씨의 SNS에는 그가 베트남에 머물렀거나 활동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남아 있다. 그가 올린 사진에 스스로 ‘베트남 출신’이라고 밝힌 인물들이 ‘좋아요’를 누른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다른 친구는 S 씨가 올린 글에 “이제 베트남에는 안 오느냐”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S 씨의 출국 시기가 우연히 겹친 것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S 씨의 SNS에는 ‘(내년) 2월에 배낭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있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까지는 S 씨가 이번 사건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 흐엉의 구체적인 행적을 알려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흐엉이 베트남 귀국 항공편을 11월 9일 자로 예약해 놓고 입국 심사 때는 7일이라고 한 뒤 실제로는 5일에 귀국한 의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 / 제주=임재영 / 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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