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늦게 은퇴하면 오래 산다는데…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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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의 은퇴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젊은 사람의 수가 줄어들 테니 나이든 사람들이라도 일을 더 오래하고 돈도 많이 써 줘야 우리 경제의 활력이 유지된다는 논리다. 반대 의견도 있다. 가뜩이나 인공지능이다 뭐다 해서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마당에 청년들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를 노인들이 계속 붙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양쪽 주장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에 은퇴 연령에 대한 논의가 산업계에서 또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경제가 아니라 노동자 본인에게는 은퇴 연령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미국의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은퇴가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을 소개했다. 1992년부터 2010년까지 2956명의 미국인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66세에 은퇴한 사람은 65세에 은퇴한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사망률이 11% 낮았다. 은퇴를 1년 늦춘 것만으로 건강하게 살 확률이 상당히 올라간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적당한 수입과 함께 ‘아직 내가 그래도 쓸모가 있지’라는 자존감, 그리고 남들과 대화하고 어울릴 수 있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일을 삶에 꼭 필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65세보다는 조금 더 늦게 은퇴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 같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즉 그 나라의 문화적 기대치에 부합하는 나이에 은퇴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다만 연구를 지휘한 미국 오리건주립대의 첸카이 우 연구원은 ‘일찍 은퇴하면 일찍 죽고 늦게 은퇴하면 늦게 죽는다’고 단순하게 해석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은 결혼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결혼은 대체로 행복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스트레스가 따른다. 마찬가지로, 일하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일에 신물이 나서 가능한 한 빨리 은퇴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자신만의 은퇴 기준을 세우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위한 길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경영의 지혜#경영#리더#은퇴#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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