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D/ Topic]협객 여왕벌, 통일한국 대통령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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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9월 20일 1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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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의 종횡무진 시간기행 (20)

B그룹 창업자 J회장은 한국 TV드라마의 단골 메뉴인 재벌가(家) 스토리를 볼 때마다 쓴 웃음을 짓는다.
‘겔국(결국) 자석(자식)들끼리 후계자 다툼시킬라꼬 창업주는 저 고생을 했나?’
이런 의문이 들면서 B그룹의 미래를 살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J회장에겐 자식이라곤 무남독녀 J여사밖에 없다. 사위를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해 그룹 경영을 맡겼으니 다른 그룹처럼 ‘왕자의 난’은 없겠기에 안심된다.

고민이 있다면 부초미술관의 처리 문제다. 여느 미술관처럼 호사스런 컬렉션 취미 또는 재테크 차원에서 세운 게 아니다. 국립 중앙박물관 못잖은 국보급 문화재를 다수 소장한데다 이곳을 한국 문예부흥의 메카, 평화운동의 본산으로 키울 것이므로 그릇이 큰 인물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자산 규모를 비교해도 부초그룹보다 부초미술관이 더 크다.
O관장을 뽑아 일을 시켰더니 매사가 믿음직스럽다. 총명한데다 악착스레 일에 매달린다. 상상력이 풍부해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 출중하다. 번듯한 학력 없이도 이런 경지에 올랐다는 점이 더욱 마음에 든다.

‘내 친딸보다 더 정(情)이 가네!’
J회장은 그렇게 여기다가 마침내 O관장을 수양딸로 삼은 것이다. 친딸은 엄마 닮아 키가 후리후리하게 크고 연예인 같은 미인이다. J회장과는 외모로는 전혀 닮지 않았다. O관장은 자그마하고 깡마른 체격이지만 생고무처럼 찰진 분위기를 풍긴다.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큼직한 눈망울이 선(善)하게 여겨지고 웃을 때 드러나는 새하얀 치아가 정결하게 보인다.

J회장은 노인결사대 대첩(大捷) 이후 미술관에 개인화실을 만들어 틈틈이 그림을 그린다. 10호 짜리 자그마한 캔버스 5개에 1, 2, 3, 4, 5 숫자를 매겨 줄줄이 세워놓고 머리에 떠오르는 인물의 초상화를 만들어본다.
1번 캔버스엔 안소니 퀸 얼굴을 스케치했다. 노년에 화가로 활약했던 명배우 안소니 퀸! 그의 얼굴을 극장 간판에 그려 ‘출세’한 J회장 자신의 청년시절이 떠올랐다.
2번 캔버스엔 안소니 퀸과 함께 영화 <길>에 나왔던 젤소미나를 그렸다. 그 여배우의 실명은 기억나지 않는다.
3번 캔버스엔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츠를 입고 공중돌기 묘기를 부리던 서커스 여인인 어머니의 전신을 그렸다. 몸 동작 이미지는 떠올랐으나 어머니의 젊은 얼굴은 기억이 가물가물해 흐릿하게 처리했다.
4번엔 수양딸 O관장을 그렸다. 커다란 ‘사슴 눈망울’이 젤소미나를 닮았고, 문득 어머니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5번엔 딸의 얼굴을 그렸는데 밑그림을 그리고 보니 영화배우 차예련과 흡사했다.

“아버지! 이 그림, 저를 그린 거예요?”
O관장이 캔버스4를 가리키며 묻는다.
“그래! 마이(많이) 닮았나?”
“실물보다 예쁘네요!”
“실물이 더 낫지! 하하하!”
“실례되는 질문인데…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못하셨는데 어찌 이렇게 잘 그리시는지요?”
“그릴 대상을 애정으로 살피고 눈으로 들어온 이메지(이미지)를 그대로 캔바스에다가 옮기모 되는 기라!”

J회장과 O관장은 미술관 밖으로 나와 풀밭을 산책했다. 잠자리 떼가 군무(群舞)를 펼친다. J회장은 공중 짝짓기를 하는 잠자리 암수 한 쌍을 보더니 싱긋 웃는다.
“미루지 말고 혼인식 올리라!”
“예?”
“P씨도 내 앞에서 언약했응께네 날짜를 퍼뜩(얼른) 잡아라.”
“감사합니다! 아버지!”
“아부지한테는 감사합니다, 이런 말 굳이 하지 않아도 갠(괜)찮다!”
“그래도….”
“내 죽으모 이 미술간(관)은 니가 맡아라! 소유껀(권)이고 경영껀(권)이고 뭐고 모도(모두) 니한테 넘길낑께!”
“아버지!”

O관장과 P씨는 10월 9일 한글날에 부초미술관 풀밭에서 혼인을 치르기로 했다. 몇몇 하객만 모신 가운데 아주 간소하게 진행하려 했으나 J회장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이 풀밭에서 싸운 노인겔사대 할배들은 초청해야지? 그라고 그 이태리 마피아 양반들도 초대하고 싶네. 내가 비행기삯 낼낑게.”
한때 적이던 마피아를 청첩하겠다는 J회장의 포용력에 신랑, 신부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 멋있어요!”
“아버님! 진정한 영웅이십니다!”
“허허! 아부성 발언인 줄 알지만 기분 좋네! 겔혼식 때 축가는 신랑이 한 곡 부르모 좋겄네. 자네가 부르는 ‘봄날은 간다’를 듣고 울매나 감동했던지….”
“아버님 분부이니 연습하겠습니다.”
“아버지! 제 신랑이 노래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그날 하객들에게 잔치국수를 대접해야지요? 제가 오늘 점심 때 잔치국수를 준비할 테니 시식해보시고 맛이 괜찮으면 그대로 만들겠습니다.”
“좋지! 그림 기리고(그리고) 있을낑게 하실(화실)로 국시(국수) 갖고 온나! 너거 묵을 것도 같이 갖고 오고!”

O관장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국수를 삶고 밴댕이를 끓여 국물을 냈다. 고명으로는 부추쇠고기볶음을 얹었다.
잔치국수를 들고 화실로 갔더니 이탈리아 젊은이 무기고, 소피아가 와 있었다. J회장은 무기고의 토속 경상도 사투리를 듣고 박장대소한다.
“이태리 총각이 내보다 겡상도 사투리를 더 잘하시네!”
“쪼매 합니더예.”
J회장이 O관장에게 국수 두 그릇을 더 말아오라고 부탁하며 무기고 청년에게 묻는다.
“내가 키즈(퀴즈) 하나 내 볼낑게 맞차(맞추어) 보소. 국시와 국수의 차이는?”
“국시는 ‘봉다리’에 든 ‘밀가리’로 맨들고 국수는 ‘봉지’에 든 ‘밀가루’로 만든 겁니더.”
“코쟁이가 그런 것꺼지 다 알모 징그럽데이! 하하하!”
O관장이 국수를 갖고 와 함께 먹는 자리에서 J회장의 질문이 이어진다. 젓가락으로 부추를 집어들며 묻는다.
“이거를 겡상도 말로 머라 하요?”
무기고는 눈을 깜박이며 잠시 생각하더니 답한다.
“정구지 아입니꺼?”
J회장은 O관장에게 묻는다.
“국물 다시는 머갖고(무엇으로) 맨들었노?”
“마른 밴댕이로요.”
그러자 J회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무기고에게 질문을 던진다.
“밴댕이가 겡상도 말로 머라 하요?”
“글쎄요.”
무기고는 한참 머리를 굴려도 생각나지 않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띠포리라 하요. 띠포리!”
“띠포리? 나폴리? 이태리 말 같네요! 하하하!”

웃고 떠들며 국수를 먹고 나서 J회장은 무기고, 소피아 커플에게 O관장, P씨의 혼사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더니 대뜸 이탈리아 젊은이들에게 묻는다.
“두 분… 혹시 겔혼할 사이인교? 만약 그렇다모 그날 함께 겔혼식 올리모 우떻겄십니꺼?”
“결혼식을?”
무기고와 소피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 쳐다본다.
“소피아 아가씨는 북한 지도자 인타뷰하는 게 소원이라멘서요? 겔혼 선물로 내가 그거 추진해볼낑게.”
소피아는 일전에 마카오에 갔다가 허탕 친 쓰라린 기억이 떠올라 머뭇거린다.
“결혼식 올리는 건 좋습네다만… 인터뷰는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갔습네까? 너무 무리하게 추진하지 마시라요.”그렇잖아도 요 몇 달 새 남북한 관계가 더욱 얼어붙었다. 북에서 또 미사일 몇 발을 날린 탓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남한에 대해 거친 ‘말 폭탄’ 세례를 퍼붓는다. 남북한 정부 차원에서 공식 대화 채널이 끊어진 지 오래다. 김정은 체제가 공포정치에 힘입어 안착했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줄줄이 망명하는 사례를 놓고 일부 전문가는 북한체제 붕괴 가능성을 거론한다. 이탈리아인 소피아가 보기에도 남북한 문제는 해결책이 묘연하다.

그날 밤 J회장은 O관장을 서재에 불러 만나 밀담(密談)을 나누었다. 창가엔 달빛이 교교(皎皎)하다.
“쌔기(쐐기) 문자로 요새도 북쪽하고 연락하나?”
“응답이 가끔 오긴 하는데 북한 지도자가 직접 보내는 것인지 긴가민가합니다.”
“다시 한번 보내바라. 니 겔혼식에 초대한다꼬!”
“여기로요?”
“그래! 은밀히 댕겨(다녀)가라고!”
“아!”
“여기 오는 교통펜(편)은 우리가 제공한다꼬 해라.”
“어떻게 오나요?”
“DMZ 육로로 오기는 에레블(어려울) 끼고, 비행기 타고 하늘로 오기도 곤란할 끼고… 일본 유협계(遊俠界) 수뇌부에 타진해본께네 원산 앞바다에서 잠수함에 태워 바다 밑으로 데려올 수 있다카네. 해저레이다(레이더)에도 안 걸리는 특수 재질 잠수함으로….”

O관장은 귀를 의심했다. 외교안보 분야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평소에 국내외 신문을 열심히 읽어 기본판세는 아는 편이라 자부했는데 일본의 특수세력이 이런 물밑 활동을 펼친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으니! 하기야 그 막강한 미국 정보당국에서도 아시아 협객계에 대해서는 자세히 파악하지 못한다 하지 않는가.
O관장은 J회장이 부연 설명하는 ‘협객세계론’을 듣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자 그대로 ‘별세계’였다. 멀쩡한 선진국에서조차 협객계 또는 비밀결사대는 여전히 ‘밤의 통치자’로 군림한다는 것이다. 협객 세력은 권부(權府)의 견제를 받기도 하고 권력자들을 돕기도 한단다. 권력자, 재력가 주변의 수행비서, 집사, 운전기사, 단골음식점 사장 등은 대체로 협객계의 밀정(密偵)이라는 것.
“누가 누구하고 잠을 잤는지, 오줌빨이 쎈지 약한지도 헌히(훤히) 파악되는 기라. 꾸룽내(구린내) 나는 돈 처묵은 것도 알 수 있제. 이런 약점을 디리밀멘서(들이밀면서) 힘쎈 놈들 모가지를 팍 잡는 기라!”

최고 권력자는 국가 정보기관에서 보고하는 공식 고급정보뿐 아니라 협객계의 ‘찌라시’ 정보에도 눈독을 들인단다. 정쟁(政爭)을 벌이는 상대방의 지저분한 ‘아랫도리 이야기’를 많이 입수한다면 협박용으로 얼마나 유용하겠는가. 국가 대 국가 정상회담에서도 가끔 이런 수법이 쓰인다 하니 요지경 세상이다.
“아버지도 협객이세요?”
“내가? 앙이다!”
“그러면 어떻게 협객세계에 대해 그리 정통하신가요?”
“내가 청년시절에 일본에 잠시 있을 때 어헹제(의형제) 맺은 재일교포가 일본 헵객계 핵심 멤바(멤버)다. 그분한테 기(귀)동냥으로 들은 기다(것이다).”“한국 협객계 왕초는 누구세요?”
“왕초는 없고 고만고만한 인물들이 군웅할거(群雄割據)한다카더라.”“협객계를 규합하면 큰 세력이 되겠군요.”
“당연하지. 구한말, 똘똘 뭉친 일본 헵객들은 멩성항후(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앙이가?”

J관장은 실내가 답답하다며 바깥으로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한다. 한로(寒露)가 가까워오니 밤공기가 차갑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그날따라 북극성이 유난히 밝게 빛난다. J회장은 왼손으로는 O관장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북극성을 가리킨다.
“북극성 보이제? 니가 한국 헵객계 북극성이 되거라!”
“제가요?”
“앞으로 큰일을 할라카모(하려면) 헵객계 할용(활용)이 필요하다. 여자라도 못할 거 없다.”
“정신이 혼란스럽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겁 묵지 말고! 쿠레오파트라 왕간(왕관) 쓰고 부루투스 보검 휘두르모 지혜, 용기 얻을 거 앙이가?”
“참 묘합니다. 저같이 미천한 사람이 그런 세계사적인 문화재를 구경하다니….”
“그기 니 팔자다! 헵객계 스승을 소개해 줄낑게 걱정 말고!”
“협객계에도 스승, 제자가 있습니까?”
“룸살롱마담 출신 U여사… 그분이 아마 헵객계 여왕봉인 거 같더라. 머리 팍 숙이고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라. 니 겔혼식에도 오실 끼다.”
“…….”
“쿠레이타(큐레이타)로 여게 머무는 줄리아나… 그 처자 할아부지가 이태리 고미술계 대부라카데? 그라고 아부지는 외교관… 내가 척 봉께네(보니까) 그 집안이 이태리 헵객계 큰 줄기… 줄리아나, 그 아가씨, 지금은 어리숙하게 보이도(보여도) 나중에 그 바닥에서 여왕벌이 되겄더라. 줄리아나를 니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모 구라파(유럽) 헵객계에 든든한 빽이 생기는 기야!”
“소피아는요?”
“그 아가씨는 양지에서 활동할 인물이다. 니도 양지쪽 거물들을 니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싱쿠탱쿠(싱크탱크) 대표자, 석학들을 스승으로 모셔라.”

O관장은 온갖 상념에 젖어 숙소로 돌아왔다. 잠이 오지 않아 노트북을 열어 베른중학교 동창생 사이트에 접속했다. 줄리아나로 가장하여 북한 지도자에게 암호를 보냈다.

𒀄𒀕𒀦𒐭𒁂𒁈𒀿𒑂

P씨는 결혼식에 초대할 하객 명단을 정리하다가 이탈리아에서 만난 로베르타 코레아 사장과 음악기획가 메흐타 대표가 떠올랐다. 옷깃을 스친 인연이지만 P씨에게 용기를 준 분들이어서 초대 메일을 보냈다. 뜻밖에도 두 사람 모두 참석하겠다고 응답이 왔다.
사촌 형인 P의원에게 연락했으나 휴대전화 번호가 바뀌었는지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의원 회관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비서가 연락 주겠다고 해놓고는 감감 무소식이다. 그러다 며칠 후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P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의원님께서 그때 해외출장을 가셔서 결혼식에는 불참하십니다. 아웅산 사건 아시지요?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아웅산 묘소에서 북한이 자행한 테러… 장차관, 경호원, 기자 등 17명이 순직했지요. 이번에 그곳에서 위령제가 열리는데 의원님께서 참석하신답니다. 축의금 보낼 계좌번호 좀 알려주세요.”
“축의금 안 받습니다.”

줄리아나는 심야에 북한 지도자가 보내온 암호를 받고 의구심이 들었다. 일전에도 O관장이 북한지도자를 사칭해서 보낸 문자 때문에 마카오에 가서 소동을 빚지 않았나. 줄리아나의 눈엔 O관장은 ‘천재끼’를 넘어선 신기(神氣) 또는 사기(邪氣)를 가진 인물로 보였다.
‘관장은 내 마음 속을 훤히 꿰뚫어보겠지?’
그런 두려움이 들면서 O관장의 말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𒐎𒐱𒁂𒀽𒀕𒀅𒁃

‘결혼식 불참, 미술관 탐방 원’

이렇게 풀이된다. 줄리아나의 머릿속에 고뇌의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O관장의 결혼식엔 못 오고 미술관에는 오겠다는 뜻 아닌가. 누군가 결혼식에 초대했고 이에 대한 답신 같은데…. 그렇다면 O관장과 북한 지도자가 실제로 교신했다는 뜻인가?
줄리아나는 두려움에 몸이 오싹했다. 침대에 누웠으나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어 살며시 복도로 나가 O관장의 숙소 앞에 섰다. 안에 전등이 켜져 있어 관장이 아직 잠들지 않은 듯했다. 조심스레 노크했더니 O관장은 반색하며 문을 열어준다.
북한 지도자에게서 받은 암호를 보여주자 O관장은 눈을 크게 뜨며 환호한다. 그녀는 이제 쐐기 암호를 줄리아나보다 더 잘 풀이한다.

‘결혼식 불참, 미술관 탐방 원, 원산 출발’

“누가 보낸 암호일까요?”
줄리아나는 초조한 눈빛을 O관장에게 보내며 물었다.
“북한 지도자겠지요. 이 암호로 교신하는 사람은 베른중학교 동아리 멤버뿐이라면서요?”
“유일한 예외가 바로 관장님….”
“…….”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본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만 답신하세요.”

O관장이 J회장의 숙소를 찾아갔으나 노인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화실에 갔더니 붓질에 심취해 있다. 안소니 퀸 초상화가 거의 완성된 듯하다. 암호를 전달하니 J회장의 얼굴에 활기가 감돈다.
“그 양반도 얼마나 불안하겄나. 회의석상에서 깜빡 졸았던 간부를 처형한 기(것이) 바로 그 증거 앙이겄나? 자신(自信)이 있으모 적(敵)도 품고, 겁이 나모 동지도 의심하는 기 동서고금 이치겄제? 일본 헵객계 소식통 말을 들어본께네 그 양반이 만일 사태에 대비해서 극비리에 망멩(망명)처를 구한다카데. 여차하모 튄다?”
“그러면 저희 미술관으로 피신한다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겄제.”
“그런 엄청난 사태를 아버지께서 어떻게 감당하시려구요?”
“머가(뭐가) 겁나노? 한반도 펭하(평화)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그 양반이 여게 머물모 잘 믹이(먹여)주고 잘 입히줄끼야. 안보 비용을 생각해바라. 울매나 싸게 먹히노? 그 정도 돈을 내가 부담하는 거, 헌캐(흔쾌)히 할 끼다.”
“대한민국 정부나 국제사회에서 그 양반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면 어떻게 하지요?”
“반(反)인류 범죄인으로 국제헹사(형사)재판소 법정에 넘길라꼬? 나는 그거 반대한데이. 법 논리가 만능이 앙이다. 여게서 조용히 은거하도록 하는 기 여러모로 좋을 끼다. 정부에서 강제로 델꼬(데리고) 갈라 하모 할배 겔사대원들이 목숨 걸고 막을 끼다.”

커피포트에 끓인 물로 커피믹스를 타서 마시며 대화가 이어진다.
“북한 핵무기 때문에 한국 땅에 사드 배치한다고 하잖아요. 정상적인 외교 루트를 통해서는 북한 핵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데 혹시 국제협객계가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없을까요?”
“그런 시도가 오래 전부터 있었던 모양이야. 이런 기(것이) 성사될라카모 양측 지도자들이 배포가 커야 하는데….”
“아버지가 일찍 협객계에 데뷔하셔서 남북한 관계에 중재자로 나서셨다면 일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텐데요.”
“나를 그렇게 가대펭가(과대평가)할 꺼는 없고… 하나 안타까운 거는 노벨펭하상(평화상) 껀이야.”
J회장은 북한 지도자가 핵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남·북한 정상이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단다. 일본 협객계를 통해 북한에 은밀히 타진했는데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O관장으로서는 ‘서울 돈키호테’ J회장의 신출귀몰한 발상은 ‘감당이 불감당’이었다.

10월 9일 한글날, 부초미술관 앞 마당. P씨와 O관장, 무기고와 소피아, 이 두 커플의 합동결혼식이 열린다. 할배 결사대원들도 신사복을 말쑥하게 차려 입으니 대부분이 무인(武人)보다는 문인(文人) 분위기를 풍긴다.
이탈리아에서 온 마피아 하객 10여 명은 할배 결사대원들을 얼싸안으며 우정을 나눈다. 머리가 터지도록 싸운 ‘원쑤’였지만 이렇게 평화가 찾아오니 친구가 된 것이다.
얼굴 상처가 다 낫지 않은지 반창고를 붙인 소두목은 J회장에게 다가와 인사를 올린다.
“장군님 덕분에 제가 큰 상을 받았습니다. 왕관과 보검을 되찾아온 공적으로….”

한국인 혈통의 로베르타 코레아 사장과 인도 출신 음악기획가 메흐타 대표도 먼 산골짜기에까지 찾아왔다.
코레아 사장은 ‘한국 산천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메흐타 대표는 한국 여행이 처음이라고 했다.
“로마 콜로세움에서 내년 혹은 후내년에 오페라 갈라 쇼를 열 예정인데 거기에 출연할 한국 성악가를 섭외할 일도 있고 해서 왔습니다.”

U여사는 화려한 한복을 입고 나타났다. J회장이 그녀의 자태를 살피며 묻는다.
“멩성항후가 입었던 그 옷입니꺼?”
“진본을 입고 올 수 있겠습니까. 그건 소중히 보관하고요, 이 옷은 복제본입니다.”
“억수로 멋집니더예!”
“과찬의 말씀을….”
“오늘 혼인하는 신부를 제 수양딸로 삼았십니더. 이 미술관도 그 아이한테 물려줄 낍니더.”
“영단을 내리셨군요.”
“여사님께 부택(부탁)이 있는데… 우리 수양딸 아이를 제자로 받아주실랍니꺼?”
“예? 저한테 뭘 배우려고요? 저는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요.”
“인생을 가르쳐 주이소!”
“…….”

주례는 S대학 K교수가 맡았다. 주례로 나서기엔 아직 젊었으나 왕관과 보검을 갖고 왔다는 인연으로 이 자리에 섰다. 주례사는 간결명료했다.
“언제나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부부로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건강한 심신으로 백년해로(百年偕老)하십시오!”
축가 순서. 먼저 마피아 청년 2명이 나와 ‘오! 솔레미오’를 불렀다. 성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나폴리 출신인 이들은 고향 민요인 이 노래를 요람에서부터 들었기에 아주 자연스럽게 불렀다. 거의 직업 성악가 수준이었다.

Che bella cosa e' na jurnata 'e sole,
n'aria serena doppo na tempesta!
Pe' ll'aria fresca pare già na festa
Che bella cosa e' na jurnata 'e sole…

성악가 출신의 신랑 P씨는 이 청년들이 흙수저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할 것이라는 상념에 젖어 눈을 감고 경청했다.
“다음은 한때 세계적인 테너로 유럽무대에서 활약했던 신랑이 직접 축가를 부르는 순서입니다!”
사회자의 진행 발언을 듣고 P씨는 눈을 번쩍 떴다. 사회자는 이어 레퍼토리를 소개했다.
“곡목은 ‘우리는 하나’인데 가스펠 가수 윤복희님이 불러 많은 감동을 준 노래입니다.”

외로움도 견뎌 나가겠소
바보란 소릴 들어도 좋소
나를 비웃는 그 비웃음들을
그 사랑으로 받아주겠소…
(중략)
우리는 하나요!
당신과 나도 하나!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하오!

P씨의 청아(淸雅)한 테너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하객들은 한결같이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우리는 하나요, 당신과 나도 하나…’라는 가사 대목에서는 옆 사람과 손을 잡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하객도 있었다.
“와! 브라보!”
축가는 성공적이었다.

결혼식 도중에 신부 소피아는 내내 ‘혹시 북한 지도자가 와서 멀리서 지켜보는 것 아닌가?’하는 상상에 빠졌다.
J회장도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일본 협객계에 거액을 보내 잠수함을 섭외한 프로젝트가 어떻게 추진되는지….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면 지금쯤 북한 지도자가 이 언저리에 나타나 신랑 노래를 듣고 있을 텐데….

멀리 앉은 하객들을 살피던 J회장은 느티나무 밑에서 오도카니 서 있는 재일교포 N옹을 발견하고 벌떡 일어섰다. 마침 축가가 끝났기에 느티나무 쪽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헹님! 우짠 일입니꺼?”
“아우님, 미안하네. 이번 푸로젝또(프로젝트), 실패했네!”
“아이고….”
“내가 죽기 전에 북한 지도자를 만나고 원산 구경도 할 요량으로 잠수함을 타고 일본을 출발했지. 원래 계획대로라면 원산에 가서 그 양반 데리고 여기로 왔지. 그런데 잠수함이 동해상에서 북상할 때 그 양반이 갑자기 못 갈 사정이 생겼다고 연락한 거야.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 뭔가 심상찮은 정변 움직임이 있는 모양이야. 할 수 없이 잠수함을 동해안에 대고 나 혼자 여기로 온 것이야. 물론 잠수함 요원들은 나를 내려주고 일본으로 떠났고….”
J회장은 N옹의 발언을 액면대로 믿어야할지 의문스러웠다. 거액을 사기 당한 느낌이 들었으나 협객계에서는 확인 불가능한 사안이 워낙 많아 뭐라고 따지기도 곤란했다. J회장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N옹의 손을 잡았다.
“헹님, 잠수함 타고 북한까지 댕기(다녀) 오신다꼬 고생 많았심더!”
“…….”
N옹의 손에서 한기(寒氣)가 느껴졌다.

P씨의 축가를 들은 메흐타 대표의 눈빛이 반짝였다. 메흐타는 로베르토 코레아 사장의 의중을 타진했다.
“콜로세움 갈라 쇼, 주인공을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P씨를 모시면 되겠지요?”
“찬성입니다!”
“플로레스나 알라냐보다 더 잘 부르는데!”
“제 귀에도 그렇게 들리네요!”

J회장은 신부 O관장과 U여사를 불러 서로 인사를 시켰다.
“결혼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 여사님을 스승으로 모시라 했습니다. 제자로 받아주시면 큰 영광이겠습니다.”
“제가 감사드릴 일이지요.”
“여사님, 눈부시게 아름다우세요! 그 궁중한복도 아주 잘 어울리네요!”
“결혼 선물로 뭘 가져올까 고민하다 이 예복을 만들어 왔어요. 그 드레스 벗고 이 한복을 입어보시겠어요?”

O관장은 한복을 받아들고 숙소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풀밭으로 나왔다.
O관장과 U여사가 같은 옷을 입고 나란히 서자 두 사람이 빛의 중심이나 되듯 훤해졌다.
“와!”
이들을 바라보는 하객들의 입에서 이런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르네상스 회원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수군거렸다.
“선덕여왕, 진덕여왕이 나란히 선 것 같네!”
“복식(服飾)이 신라시대 것이 아니야. 조선 후기 것인데… 명성황후 당의(唐衣)?”

이탈리아 신랑, 신부인 무기고, 소피아는 결혼예복을 입은 채 ‘무소의 뿔’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열을 올린다.
“한국에 이탈리아 처녀, 총각이 겔혼을 했습니더예!”
“그 주인공이 누군인지 아십네까?”“바로 무기고, 저와!”
“소피아!”
“저희들이 부부가 됐습니다!”
Y감독은 카메라 파인더에 눈을 대고 연신 ‘좋아요!’를 외친다.

J회장은 명성황후 옷을 입은 O관장을 클레오파트라 왕관과 브루투스 보검을 보관한 수장고로 잠시 데려갔다.
“이걸 이 구중심처에 놓아둘 끼 앙이라 니 방에 갖다 놓아라.”
“이런 귀중품을 어떻게 제 방에….”
“벡(벽)을 파서 숨기는 공간을 맹글어 보간(보관)하모 될 꺼 앙이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요?”
“니는 앞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대사(大事)를 맡을 인물이데이! 왕관하고 보검을 가까이 두고 기(氣)를 받게 할라꼬…. 지혜의 왕관, 용기의 칼, 그것도 쿠레오파트라, 부루투스 것잉께 대단한 기가 나오겄제?”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대사는 무엇입니까?”
J회장은 즉답 대신 눈을 감고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O관장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고 손에 보검을 쥐어준다. 그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남북한 펭하(평화), 통일… 이 일에 온몸을 던지바라(던져봐라). 그리고 통일을 이룬 후에 ‘통일한국 대통령’이 돼서 이 땅을 번영시키라!”
“아버지!”

J회장이 O관장의 손을 잡고 미술관 밖으로 나오자 먼발치 느티나무 부근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재일교포 N옹이 서 있던 자리인데….
J회장이 부리나케 달려갔더니 노인 N옹이 쓰러져 있었다.
“의무반! 의무반!”
J회장이 소리치자 주례를 섰던 K교수가 달려왔다. 임상환자를 본 지 아득한 세월이 지났지만 그래도 명색이 의사, 의과대학 교수여서 응급환자를 돌볼 수밖에 없다. 가방에는 혹시나 하고 늘 청진기를 넣어 다닌다.
K교수는 N옹의 눈꺼풀을 뒤집어보고 청진기로 가슴을 살핀다. J회장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다급하게 묻는다.
“구순이 넘은 노인입니더. 징세(증세)가 우떻습니꺼?”
“노령인데도 아주 건강한 분입니다. 그런데, 어제 오늘 유달리 무리를 하신 것 같습니다.”
“일본서 오셨거든예.”
“단순히 장거리여행 때문이라기보다는… 좀 특이한 증상이 보이는데요.”
“특이하다꼬예?”
“잠수병 증세….”

하객들은 야외 식탁에 놓인 잔치국수 따위의 음식을 먹고 막걸리, 와인을 마시며 떠들고 논다. 뽕짝 노래와 이탈리아 칸초네가 동시에 너른 풀밭 위에 울려퍼진다. 취한 할배들과 서양청년들이 나란히 서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 노래를 부르며 말춤을 함께 춘다.
노래 소리가 그칠 무렵 대지(大地)엔 무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 끝 =

고승철 소설가 songcheer@naver.com


<작가 후기>

대다수 문인들이 ‘문학청년’ 때 문학, 사랑, 죽음에 대해 지독한 열병(熱病)을 앓은 데 비해 필자는 무덤덤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중·고교 6년간 한글날마다 열리는 교내 백일장에서 한 번도 입상하지 못했다. 문학 창작은 별나라에서 온 이인(異人)들이나 하는 것이려니 여겼다.

20대 후반, 첫 직업이 신문기자였다. 세인들은 흔히 특이한 일을 보면 “신문에 날 일!”이라 말한다. 그렇다! 평범한 일상은 신문에 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출근해서 성실히 일한 ‘갑돌이’의 범사(凡事)는 언론의 관심 밖이다. ‘신문쟁이’가 만나는 취재원은 좋은 일의 주인공이나 흉악한 사건의 피의자 등 뭔가 주목을 끄는 인물들이다. 언론은 ‘사람을 문 개’는 도외시하고 ‘개를 문 사람’을 조명한다.

사건기자 때다. 고관대작(高官大爵)의 고대광실(高臺廣室)에서 물방울 다이어 등 호화찬란한 보석을 훔친 대도(大盜)의 얼굴이 내 육안에는 뜻밖에도 선량한 아저씨처럼 보여 의아했다. 세월호 침몰사건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총수를 필자는 1980년대 초반에 어떤 사건에 대한 의혹을 캐러 찾아간 적이 있다. 그는 신문기자를 기피하기는커녕 환한 웃음으로 맞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인간 행동과 그의 내면세계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하는 소설적 의문이 생겼다.

경제부에서 일할 때는 거대한 부(富)를 축적한 재력가들과 애국심, 총명한 두뇌, 출세욕 등으로 무장된 엘리트 경제관료들을 적잖이 만났다. 개개인별로 평전(評傳)을 써도 될 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인물들이었다.
어느 대북(對北) 사업가와 만날 때였다. 그는 휴대전화를 받고 일어나 잠시 바깥에 나갔다 오더니 “북한 국방위원장(김정일)이 방금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자기 과시용 허풍 같은데 진위를 판별할 길이 없었다. ‘잡초 인생’을 살았다는 그는 이병주 작 장편소설 《산하》의 이종문 같은 인물로 보였다.

이래저래 스치듯 만난 재벌총수, 정치인, 법조인, 유명 학자 등 ‘잘난’ 인물들은 저마다 치열한 욕망 덩어리를 가슴에 품은 자(者)들이었다. 그들의 내밀한 심리를 파악해 야망의 근원을 찾는 것은 소설가적 탐구행위였다.

세월이 흘러 필자가 언론계를 떠날 무렵, 이런 개성 강한 인간 군상(群像)을 소설의 전형(典型)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임꺽정》이나 《수호지》에 등장하는 호걸, 방외(方外)지사, 기인 등의 현대 한국판 인물들을 내 눈으로 봤으니 어찌 소설로 되살리고 싶지 않겠는가.
늘그막에 문학에 입문한 게 다행이었다. 이런 경험적 자산도 없이 소설을 쓰겠다고 덤벼들었다면 골방에 쪼그리고 앉아 재능의 한계를 통탄하며 얼마나 고뇌했겠는가.

온라인 연재소설 집필을 청탁 받아 동아닷컴 매거진D 코너에 2016년 5~9월 주 1회씩 띄운 연작소설 20편이 막을 내렸다. 연재하는 동안 독자들에게서 민망할 정도로 과분한 칭찬을 받아 낯이 뜨겁다. 내용 일부는 필자가 2013년에 낸 장편 《소설 개마고원》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이 작품은 세심한 손질을 거쳐 곧 종이책으로 나온다. 모쪼록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흥미, 감동, 교양 등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를 기대한다.


#고승철#시간기행#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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