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실종아동 IP 추적’ 멍석 깔아줘도 안하는 경찰

  • 동아일보

반대하던 방통위 “추적 무방” 협조… 걸림돌 해소돼도 “법 바꿔야” 미적

가출 청소년의 조속한 복귀를 돕기 위해 ‘실종아동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을 추진했던 경찰이 그동안 걸림돌이 됐던 관계 부처의 비(非)협조가 해결된 뒤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아 과연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청은 2011년 21명에 그쳤던 18세 미만 실종아동 수(미발견 기준)가 지난해 252명으로 늘어나는 등 문제가 커지자 작년부터 ‘실종 청소년 위치 자동추적 시스템’을 마련하고 관련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협조를 구했다. 애초 방통위는 “아동학대 부모 등이 통신사 인증 정보를 악용할 여지가 있다”며 반대했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올해 3월 전향적으로 ‘실종 청소년 수사 때 IP주소 추적이 가능하다’는 위치정보보호법의 해석을 내려 경찰에 통보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작 멍석이 깔린 뒤 “IP주소 추적은 개인정보 보호 등 다른 가치와 상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종아동법을 포함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제도 도입을 미루고 있다. 방통위의 종전 주장을 고스란히 답습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역시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제도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경찰이 실종 사건 수사에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탐문수사로 제한돼 있다. 수사를 빌미로 인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 안전장치다. 그러나 가출 청소년들은 대개 휴대전화를 꺼두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IP주소를 추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졌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은 “실종 수사를 맡은 경찰이 사건을 IP주소 추적이 가능한 납치 범죄로 전환하는 등 변칙적으로 조사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지휘부가 가출 청소년 피해를 막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방통위#경찰#실종아동 ip 추적#가출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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