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미인처럼 AI 도움 받는 신인류 등장할 것”

박용기자 입력 2016-04-04 03:00수정 2016-04-04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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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기자가 만난 사람]AI 100만 인재육성 나선 美 실리콘밸리
신홍식 AI브레인 대표
신홍식 AI브레인 대표는 “앞으로 5년간 200억 원을 투자해 AI 로봇, AI 언어학습, AI 게임, AI 보안 분야를 연구할 계획”이라며 “500명 규모의 AI 인력도 뽑고 2020년 나스닥에 상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박용 기자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가전전시회(CES) 로보틱스 콘퍼런스 발표장. 작은 체구의 60대 한국인이 단상에 올라 장난감 자동차에 영어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안녕 타이키(Tyche), 날 기억하니?” “그럼요. 리처드. 날 창조해줘서 고마워요.”

객석에서 ‘와’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태어났지?” “2015년 11월 14일.” “몇 살이야?” “두 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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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키는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명령하자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부했다. 학습을 통해 주인의 얼굴과 목소리까지 알아보기 때문이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소개된 이 영상 속 주인공 타이키는 미국 실리콘밸리 인공지능(AI)회사 AI브레인이 개발한 대화형 AI로봇. 케임브리지 영어 교과서 초급 레벨의 93%를 이해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타이키는 이날 행사에 일본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 프랑스 블루프로그로보틱스의 가정용 로봇 ‘버디’와 함께 초청을 받았다.

타이키를 만든 ‘리처드’는 AI브레인과 한국전자인증 대표를 맡고 있는 신홍식 박사(65)다.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뒤인 지난달 말 방한한 그를 서울 서초구 한국전자인증 사무실에서 만났다.


“알파고, 다음 도전은 인간과 대화”


―알파고가 왜 바둑을 선택했을까요.

“바둑은 수를 내다보는 계산이 필요한 게임입니다. AI 핵심기술인 ‘플래너(Planner)’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측하고 해법을 찾는 기술이고요. 바둑은 ‘19×19’의 한정된 바둑판에서 하니까 컴퓨터가 계산하기 좋죠. 그래서 바둑이 지난 수십 년간 AI 연구의 좋은 타깃이 된 겁니다.”

―AI 전문가로서 누굴 응원했나요.


“아무래도 이 9단이 잘되길 바랐죠. 사람이니까.(웃음) 알파고가 기보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사실 걱정은 됐어요. 바둑 프로 9단이 입신(入神)의 경지에서 계산한다고 해서 ‘신산(神算)’이라고 하는데, 알파고는 계산에선 진짜 신산이거든요. 인간보다 백만 배는 더 잘해요.”

1989년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AI로 박사학위를 딴 그는 국내 1세대 AI 전문가로 꼽힌다. 아마 4단의 바둑 애호가이기도 하다.

―이 9단이 지고 ‘알파고 충격’이 꽤 컸습니다.


“영혼의 스포츠라는 바둑을 져버렸으니 인간으로선 허탈한 거죠. 알파고가 다음에는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한다고 하데요.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되는 걸 찾는 거죠. 그 다음엔 아마 인간과의 대화에 도전할 겁니다.”

―왜 그렇죠.


“인간이 왜 가장 진화한 동물일까요. 언어 때문이에요. 우린 ‘비행기’를 들으면 곧장 비행기의 복잡한 개념이 머릿속에 쏙 들어와요. 언어는 유연하면서도 아주 강력해요. 그래서 기계가 어려워하는 겁니다. MS가 최근 내놓은 AI 채팅봇 ‘테이(Tay)’도 부적절한 말을 배워 웃음거리가 됐잖아요. 로봇들이 대화를 잘 못해 녹음된 내용만 반복하니까 아이들이 싫증내죠. 오죽하면 ‘로봇 같은 놈’이라는 욕이 나왔겠어요.”

“AI, 아직은 바퀴벌레 수준”

―인간의 지능을 따라잡기가 왜 어려운가요.


“인간 지능은 문제 해결, 배움, 기억이 있어요. 배움이 있으니까 문제해결 능력은 점점 나아지죠. 그래서 현대 언어학의 1인자인 놈 촘스키는 ‘사람은 머릿속에 배울 수 있는 인지 엔진(Cognitive engine)을 갖고 태어난다’고 말했어요. 인간처럼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고 기억하는 게 어려워요. 문제해결 기능이 있는 AI에 배움 기능을 넣은 게 요즘 말하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인 거고.”

―인간 뇌야말로 명품이네요.

“그렇습니다. 미치오 가쿠라는 미국 이론 물리학자가 AI를 인간과 비교해 ‘덜 떨어진 바퀴벌레(retarded cockroach)’ 수준이라고 평가했어요. 우린 책상을 보고 질감, 색깔까지 딱 알잖아요. 인간 두뇌는 온갖 추론을 다 하는데, 알파고는 안 돼요. 과학자 정치인 등은 하나의 사실을 보고 각각 다른 각도의 지식을 끌어냅니다. 그게 인간의 파워죠. 전자식 컴퓨터 기술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양자 컴퓨터가 나오면 모를까.”

―대화하는 AI는 어떻게 쓰일까요.


“‘반려로봇(personal robot)’이 나올 겁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있으니까요. AI가 대화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올해 개인적 목표가 AI 조수를 만드는 거라고 하잖아요. 구글의 차세대 검색엔진도 자연어 기반의 검색엔진입니다. ‘로봇이 뭐야’라고 물으면 비서처럼 척척 찾아주는 거죠.”

―우리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누구는 미국보다 얼마 뒤졌고 중국이 바짝 따라왔다고 하던데, 그들이 들으면 웃긴다고 할 걸요. 옛날 중국만 생각하고 그런 말을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실리콘밸리에 가봐요. 중국인 인도인 천지입니다. 한국에 AI 하는 사람이 없는데, 누가 그런 소리를 해요. AI로 갑자기 간판을 바꿔다는 전문가들 때문에 국민들만 헷갈리는 거죠.”

―한때 AI가 인기였지 않나요.


“1980년대 말 컴퓨터과학을 공부하면 전부 AI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컴퓨팅 파워가 뒷받침하지 못하니 ‘AI 윈터(혹한기)’가 왔어요. 교수도 안 뽑았고요. 프로그램 하나 돌리는 데 하루가 걸리니 실용성이 없었죠. 그러다가 100만 원이면 내가 대학 다닐 때 쓰던 메인프레임 컴퓨터에 비하면 슈퍼컴퓨터와 다름없는 스마트폰을 손안에 넣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소프트웨어 혁명이 일어났고, ‘AI 봄’이 다시 왔습니다.”

―AI 혹한기인 1997년 국내에서 AI 회사를 창업했는데….


“배운 게 그거니 창업을 하긴 했는데, 시장이 없어 힘들었어요. 그래서 ‘우리 회사가 안 망하면 AI에 미래가 있고, AI에 미래가 있으면 우리도 안 망한다’고 그랬죠. 그동안 버텨준 한국전자인증과 직원들이 고맙죠. 잘해줘서 실리콘밸리까지 갈 수 있었으니까.”

미국 보스턴 등의 연구소에서 일하던 그는 귀국해 1997년 AI회사 보나비젼을 세웠다. 하지만 일거리가 많지 않아 1999년 국내 최초 민간 공인인증 회사인 한국전자인증을 설립해 겸업을 했다. 그는 2010년 코스닥에 한국전자인증을 상장시키고 이듬해 홀로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실리콘밸리로 왜 갔죠.

“미국 자본주의는 돈이 아니라 기술이 중심이에요. 기술주의죠. 기술과 아이디어를 사주고 창업자의 동기를 살려주는 게 미국입니다. 거기서 AI사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실리콘밸리로 간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너라고 별거 있겠느냐’고 그러데요. 그 패배의식에 정말 말문이 막혀요. 우리가 왜 안 되는 거죠. 중국 아이들은 거기서 아주 기가 살아 펄펄 날아요. 우리는 안에서만 그렇지, 밖에 나가면 자신감이 없어요.”
“AI 본질을 알면 일자리 생겨”

―타이키는 얼마나 팔렸나요.

“개성공단에서 물건을 생산해 2월부터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에 납품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배송 이틀 전에 개성공단이 갑자기 폐쇄됐어요. 아마존에서는 빨리 물건을 보내라고 독촉하는데 약속을 두 번이나 어길 수밖에 없었어요. 앞이 캄캄하데요.”

그는 “개성공단 폐쇄로 중국 선전으로 옮겨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요즘 연구하는 일은 뭔가요.


“AI게임 엔진, AI보안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검찰인데, 계좌가 노출됐다. 빨리 돈을 넣어라’라는 전화가 오면 진짜인지, 보이스피싱인지 구분하는 기술이죠. AI 관련 영화, AI 뮤직도 만들고 싶어요.”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걱정이 많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자들이 2020년 일자리의 47%가 AI로 자동화돼 사라진다고 했어요.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것 아닙니까. 그러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처럼 해서는 안 돼요. AI의 본질을 알아야만 일자리도 생기고 길이 보일 겁니다.”

―그래서 재단을 만든 건가요.

“요즘 아이들 보면 눈물이 나요.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꼴찌라고 하잖아요. 저도 6·25전쟁 때 태어나 좌절, 방황을 많이 했어요. 후세들은 더 나아질 줄 알았는데, 우리 아이를 보니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지난해 재단을 세우고 10대를 위한 AI스쿨을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강의 등을 열고 AI혁명을 이끄는 100만 명의 리더를 키우려고 합니다.”

그는 “한국에서 벌었으니 여기서 쓰겠다”며 지난해 전자인증 주식 등을 내놓고 AI 인재 양성을 위한 ‘영리더십미래재단’을 세웠다. 그는 “전자인증에서 7년간 수익의 10% 내에서 출연을 계속하기로 했다”며 “특수 관계인의 주식 출연 제한으로 주식을 한꺼번에 많이 기부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어른들을 위한 사업도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요.

“청년이나 은퇴한 중장년을 위한 야간 창업학교인 ‘백작스쿨’ 설립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아이디어와 기술로 ‘백만 송이 작은 기업을 키우자’는 겁니다. 미국은 그렇게 하잖아요.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돈이 있어 구글을 세웠습니까?”

―AI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AI를 적대시할 필요가 없어요. 강점, 약점을 알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죠. 성형 미인이 요즘 자연 미인보다 예쁘다고 하잖아요. AI가 인간 속으로 일부 들어오는 ‘강화된 지능’의 시대가 곧 올 겁니다. 기억력이 없어지면, AI가 나의 일부가 되는 거죠. 이상한 쇳덩어리 사이보그가 아니라 성형 미인처럼 예쁜, 그런 새로운 인류가 등장할 겁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신홍식#ai브레인#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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