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김종인, 내부정리부터 하라”… 박지원 영입카드로 맞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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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야권통합 제안]
安-金, 야권 주도권 수싸움

국민의당 입당 18번째 현역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왼쪽)와 천정배 공동대표(가운데)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박지원 의원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박 의원과 권노갑 전 고문은 국민의당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민의당 입당 18번째 현역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왼쪽)와 천정배 공동대표(가운데)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박지원 의원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박 의원과 권노갑 전 고문은 국민의당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야권 통합 제안에 국민의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마지막 비서실장’인 박지원 의원 입당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더민주당이 야권 지지자들의 통합 여론을 선점하려 한 데 맞서 야권의 핵심 기반인 호남을 공략한 것이다. 양측이 야권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야권 통합 논의라는 어려운 숙제를 껴안게 됐다.

○ 국민의당, 박지원 전격 영입


박 의원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 천정배 공동대표 등과 회동을 마친 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세력의 결집을 통해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민생정치를 구현한다”며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했다. 그는 “어떠한 당직도 요구하지 않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 합류에 팔을 걷어붙인 권노갑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도 참석해 동교동계 100여 명과 함께 입당하기로 했다. 1월 12일 더민주당을 탈당했던 권 전 고문은 “(제3지대에 머물러 온) 동교동 가족들이 전부 입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대철 전 고문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과 동교동계의 합류로 국민의당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호남은 물론이고 수도권 선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속 의원도 18명으로 늘면서 전정희 송호창 의원이 합류하면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가능해졌다. 안 대표는 “정치의 큰 판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당 지지율이 10%포인트 정도 올라야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수도권과 충청, 천 대표는 광주, 정동영 전 의원은 전북, 박 의원은 전남 선거를 각각 이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로써 박 의원은 자신과 가까운 더민주당 전남 지역 이윤석 김영록 의원과 총을 겨누게 됐다.

국민의당은 총선 출마자 ‘교통 정리’도 시작했다. 정동영 전 의원과 전주 덕진에서 경쟁하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안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아름다운 경선보다 우리 당의 승리가 더 앞서는 원칙”이라며 예비후보직을 내려놨다. 당내에선 김 교수의 수도권 출마 혹은 비례대표 선회 가능성이 거론된다.

○ 야권 통합, 안철수의 선택은?

안 대표는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안 대표는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제안을 일축했지만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과 천 대표를 중심으로 당내에선 통합론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로선 이번에도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지 못할 경우 또다시 ‘철수(撤收) 정치’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최대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안 대표 측은 김 대표의 제안을 국면 전환용 카드로 보고 이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기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야권 지지층의 연대나 통합 요구가 거세질수록 이를 거부하는 안 대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린 꼼수라는 것이다.

안 대표 측근들 사이엔 2012년 대선 후보 시절과 2014년 민주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철수 정치’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안 대표가 이번에도 제3 정당 안착을 포기하고 다시 더민주당과 손을 잡을 명분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안 대표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했지만 당내 반발 여론에 부딪혀 좌절된 적도 있다. 당시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했지만 결국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안 대표 측근들이 이번엔 물러날 수 없다는 의지를 다지는 이유다.

그러나 대표적인 ‘통합론자’인 박 의원이 가세하면서 당내에서 통합론이 더욱 힘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의원은 이날 “당에서 결정되는 중지를 모아 거기에 따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내에서 중구난방(衆口難防)식이 아닌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선 박 의원이 일단 속도 조절을 하는 거라는 시각이 많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국민의당#안철수#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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