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국내 반입 지렛대로 ‘북핵과 동시 폐기’ 협상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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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재배치론 부상]
원유철 “비 올때마다 우산 빌리나” 핵무장 주장했지만 현실성 낮아
美전술핵 조건부 배치 선언하면 6자회담 등 북핵협상 압박 효과

“비가 올 때마다 옆집에서 우산을 빌려 쓸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도 ‘우비’를 튼튼하게 갖춰 입어야 한다.”

15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조건부 핵무장론’을 주장하며 한 얘기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핵무장론이 쏟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은 핵 이외의 다른 수단으로 억지할 수 없는 만큼 독자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등 고강도 처방을 강구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핵무장 옵션’은 주변국의 동의가 필요하고, 정치 외교 경제적 국익의 향배가 걸린 중대 사안인 만큼 치밀한 전략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①핵무장 불가피론=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는 수년 전부터 전술핵 재배치 또는 우리 자체의 핵무장론을 설파해왔다. 최근엔 북핵 위협이 국가 생존의 최대 난관으로 부상한 만큼 핵확산금지조약(NPT) 잠정 탈퇴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조만간 북한이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 우리로선 꼼짝달싹도 할 수 없는 국면이 전개될 것이고, 북한과 미국의 핵 협상에서 한국은 배제되고, 주권국가의 체면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핵 주권이나 NPT 잠정 탈퇴 등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게 현실이다. ‘동북아 핵 도미노’에 대한 우려로 주변국들이 용인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②전술핵 재배치=두 번째로 제기되는 전술핵의 주한미군 재배치 주장에도 고려 사항이 많다. 북핵에 대한 대응력을 갖춰 전략적 균형을 달성한다는 기대효과가 예상되지만 한반도와 역내 비핵화를 고수하는 미국을 설득해야 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찬반 여론이 충돌하면 남남 갈등이 초래될 개연성도 있다.

③조건부 전술핵 재배치
=세 번째 옵션은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론으로, 이는 미국에서도 제기됐다. 2011년 당시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 서면 증언에서 소규모 전술핵을 먼저 한국에 배치하되 북 비핵화 달성 시 철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미 유력 싱크탱크들도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전술핵을 2025년 이후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고 미 정부에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④조건부 한시적 전술핵 재배치=이런 가운데 거론되는 유력한 대안은 ‘조건부 한시적 전술핵 재배치’다. 이 방안은 전성훈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이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절(2009∼2011년) 적극 제기했다. 그는 전술핵 재배치를 북핵 협상과 동시에 추진하는 ‘이중 경로’ 정책을 주장했다. 이는 미국에서 제기된 것처럼 당장 전술핵을 재배치한 뒤 북핵 태도 변화를 두고 보자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그 대신 소규모 전술핵무기의 재배치 시한을 정한 뒤 그 시한 안에 6자회담 등 북핵 협상이 타결돼 북이 핵을 포기하면 재배치 계획을 철수하되 협상이 실패하면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방안이다. 그 이후에 북한의 핵 포기와 전술핵 철수를 맞바꾸는 핵 군축 협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⑤중국 “한반도 비핵화 남북 모두에 적용”=이상의 어떤 옵션도 중국이 반대한다는 게 핵무장 또는 전술핵 재배치론의 한계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 모두에 적용되고, 자체 개발도 외부 반입도 모두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 위협이 악화될수록 핵무장 옵션이 공론화할 가능성도 있어 사전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전술핵#북핵#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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