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공단 ‘발언 논란’ 통일부장관 자격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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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지급된 달러 중 70%가 핵·미사일 개발 등에 쓰였다며 “관련 자료를 정부가 갖고 있다”고 했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어제 국회에서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홍 장관은 “증거를 대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아)보니 자금의 70%가 당 서기실과 당 39호실로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우려가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자금이 흘러들어간 증거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와전된 부분이 있다”고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다양한 경로로 추적했고 분석해왔다”고 12일과 14일 홍 장관의 ‘자료 발언’을 뒷받침했다. 그 뒤 몇 시간도 안 돼 장관이 말을 바꾼 것이다. 안보 위기라는 이 비상한 시국에 주무 장관의 어이없는 행보는 한심함을 넘어 분노까지 일게 한다.

애초부터 “자료가 있다”는 홍 장관의 말 자체가 경솔했다. 북한 노동당 서기실이나 39호실을 압수수색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료라고 해야 증언에 의존한 정황증거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해도 장관이 쉽게 거론해서는 안 될 보안 사안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 ‘돈줄 끊기’라는 명분과 논리가 필요했다면 자료 운운하지 않고도 그동안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얼마든지 대(對)국민 설득이 가능했을 것이다.

정부가 2015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낸 보고서에 ‘개성공단 자금의 핵·미사일 전용(轉用) 가능성이 없다’고 했던 사안이어서 홍 장관이 발언 수위를 낮췄다는 시각도 있다. 어떤 경위라 해도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정교한 전략 없이 이뤄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홍 장관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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