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번동만 위험해?” 서울시 노후주택 빨간불 들어와

  • 동아경제
  • 입력 2015년 12월 28일 16시 37분


-재개발·재건축 대상 노후 주택들의 안전 경고등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왼쪽)과 한남뉴타운3구역.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왼쪽)과 한남뉴타운3구역.
도시재생사업의 첫 사례인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주택가에는 30~40년 된 오래된 집들이 줄지어 있다. 이곳은 전선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건자재들이 덕지덕지 덧대어진 집이 많다. 골목길도 좁고 가팔라 구조차량 접근이 쉽지 않다.

재정비 사업이 지지부진한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7차례에 걸쳐 마련된 계획안을 남산 등의 조망을 이유로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지난 몇 년간의 과정이 무산된 탓에 주민들은 언제 사업이 진행될지 기약조차 없이 또 한 번의 겨울을 지내게 됐다.

이들 구역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서울의 무허가 주택 밀집지역 31곳은 보통 40년이 넘은 오래된 주택들이 많아 화재나 범죄 등 안전에 취약하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서대문 홍제동 개미마을 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에 1명이 숨졌다. 이 사고로 16개 동, 63가구가 전소되고 13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제때 정비가 이뤄져야 했지만 시와 강남구청이 개발방식을 두고 갈등하면서 정비를 미룬 결과라는 비난이 일었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 붕괴 위험 현장.(자료:동아일보DB)
서울 은평구 녹번동 붕괴 위험 현장.
(자료:동아일보DB)
최근에도 노후시설로 인한 안전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주민 100여명은 아침부터 급하게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한 공사장에서 터파기 작업을 하면서 주변 다세대 주택들에 균열이 발생했기 때문. 심지어 2개 동은 철거가 불가피할 정도로 붕괴위험에 처했다. 대부분 20~30년 된 주택들이다.

설계, 시공, 감리, 감독 등 모두가 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노후화된 시설 탓도 한 몫 했다. 공사 현장 인근에 오래된 맨홀이 있었는데, 이곳과 연결된 낡은 수도관에서 물이 새면서 토압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우종태 서울시 건설기술심의위원은 “공사장에서 오래된 맨홀을 발견했는데, 여기서 물이 새면서 흙이 물을 머금은 바람에 토압이 올라가 경사지 지지대가 기운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는 집수리지원센터 설치 등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는 지난 10월부터 집수리지원센터를 노후 주택 비율이 높은 지역에 설치하고 정보 및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대상지는 종로구 창신·숭인동, 구로구 가리봉동, 용산구 해방촌, 성북구 장위동, 은평구 산새마을, 금천구 시흥동 등이다. 시의 경우 전체 주거지의 30% 이상이 저층 주거지이고, 이중에서 2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은 72%에 달한다.

문정우 동아닷컴 기자 apt06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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