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격려금 900만원씩 주는 대우조선에 4조 혈세 퍼주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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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책 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 원대의 신규 자금을 지원할 방침을 굳혔다. 오늘 최경환 경제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산은 회장이 참석하는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거쳐 이르면 내일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최대 채권은행인 산은이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자금 지원은 국책은행들이 전담할 것으로 알려져 부실기업에 대한 혈세(血稅) 지원 논란이 불가피하다.

대우조선은 해양 플랜트 사업의 부실에 따른 3조832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올해 상반기 뒤늦게 드러난 데 이어 3분기에도 1조 원 안팎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 없이는 부채 비율이 2분기의 776%에서 1000% 이상으로 치솟아 선박 수주를 사실상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급한 불을 끈 뒤 글로벌 조선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버티는 것이 바로 자금 지원을 끊어 회사 문을 닫는 것보다 한국 경제와 조선 산업에 피해가 적다는 시각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임 금융위원장은 그제 대우조선의 자구 노력을 강조하면서 “노조 등 이해 관계자들이 기업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우조선 노사는 지난달 임금협상에서 기본급은 동결하되 현금 및 주식을 합쳐 노조원 1인당 평균 900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민간 조선업체에서 “산은 자회사인 대우조선이 삼성이나 현대중공업그룹보다 더 센 국책은행과 정부의 덕을 본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대우조선은 1999년 2조9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뒤 2000년 산은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주인 없는 회사’가 된 뒤 대우조선과 산은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는 더욱 심해졌다. 2012년 취임해 올해 초 퇴임한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은 재직 당시 대규모 손실을 숨기면서도 지난해 급여와 상여금으로 9억 원 가까운 보수를 챙겼다.

산은은 2008년 11월 한화그룹을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화가 이듬해 1월 인수를 포기하면서 민영화는 계속 미뤄졌다. 대우조선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민영화를 통한 ‘주인 찾아주기’다. 그에 앞서 현실적으로 추가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면 부실의 당사자인 대우조선과, 관리 책임이 큰 대주주 산은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군살을 빼는 구조조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대우조선#구조조정#kdb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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