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90조 ‘슈퍼예산’ 편성… 국가채무 600조 육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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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교육에만 예산 45% 투입

‘밑 빠진 독을 메우면서 성장 위한 마중물 붓기.’

정부가 390조 원대의 내년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원칙이다. 복지, 교육, 국방, 사회간접자본(SOC), 연구개발(R&D) 등 각 분야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남에 따라 비효율적인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선(先)투자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 쉽지 않은 데다 ‘슈퍼 예산’ 편성으로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경기를 진작해 자연스레 세수가 증가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 120조 원 넘어서는 복지예산

복지, 보건, 노동 등 3개 분야를 아우르는 복지예산 규모는 2016년 기준 120조 원 안팎으로 올해 116조 원보다 4조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넓은 의미의 복지 분야인 교육 관련 예산도 올해 53조 원에서 내년 55조 원 안팎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체 12개 국가 사업 분야 중 ‘범복지 분야’에 총 예산의 40% 이상이 투입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복지사업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개별 사업비를 삭감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 지원체계를 미세 조정해 나랏돈이 흘러가는 물길을 바꾸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직장 보육시설을 짓도록 재정을 지원하는 한편 보육의 질이 떨어지는 소규모 어린이집은 서로 합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양질의 보육시설이 늘어 아동 학대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R&D 분야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의료기기 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정부 주도로 추진한다. 반면 R&D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낭비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지원금 사용처를 검증할 예정이다. 일례로 최근 서울지방중소기업청은 2012년 당초 지원 대상이 아니었던 중소기업 2곳에 정부 출연금 5억7300만 원을 지급했다가 올해 4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정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R&D 지원금 누수액이 적발 금액보다 많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내년 SOC 분야 예산을 올해 본예산보다 1조 원가량 많은 26조 원 안팎으로 증액할 예정이다. 산업단지 기반시설을 늘려 지역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쇠락한 도심을 되살리는 공사도 추진한다. 기존 사업에 대해서는 교통수요 조사를 다시 실시해 사업 지속 여부를 원점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 “복지지출이 내수회복 효과 나도록 유도”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 그래야 세수가 자연스럽게 늘어 정부가 빚을 내지 않고도 재정을 통해 경기를 진작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복지와 성장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경직된 예산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과거와 달리 복지와 성장이 구분되는 게 아니라 ‘복지가 곧 성장’인 시대”라며 “복지 지출을 통해 내수 회복 효과가 함께 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퍼주는 복지사업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도우면서 일자리도 만드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또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정부 지원 효과를 꼼꼼히 따져 과잉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복지 분야에서는 재정이 꼭 필요한 수급자에게 적절히 전달되는지 상시 감시해야 하고, 산업 분야에서는 나랏돈이 민간의 자발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효과를 충분히 내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행에 따라 매년 반복적으로 집행되는 예산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철중 tnf@donga.com·홍수용 기자
#복지#예산#국가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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