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내 스마트폰 매장-앱스토어까지…조용한 자본주의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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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에서 공산당 간부와 상인 수백 명이 외국 기업의 경영 방식을 배우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조용한 자본주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이 1일 보도했다.

슈테른은 1일 북한 정권에 자본주의를 가르치고 있는 커피 바리스타 닐스 바이젠제 씨(35)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외부와 격리돼 ‘석기시대 공산주의’를 실현 중인 북한에서 나무껍질과 곤충을 잡아먹는 주민 실상과는 동떨어진 자본주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으며 한 독일 청년이 이 위험한 실험을 돕고 있다는 내용이다.

바이젠제 씨는 북한의 관리자 교육기관인 ‘조선교류’(조선 익스체인지)에서 800여 명의 북한 공산당 간부, 중소상인 등을 대상으로 자본주의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조선교류’는 북한의 최우수 교육생들이 최첨단 자본주의 국가인 싱가포르를 직접 체험하는 여행도 주선하기도 했다. 북한의 국영기업체 상인들이 참여한 이 여행에서는 싱가포르의 번화한 상점에서 쇼핑도 해보고, 현지 기업인들과의 면담도 이뤄졌다.

상하이(上海)에서 커피 사업을 해 온 바이젠제 씨는 “처음에는 회사 설립과 관리 방법에 대해서만 강연을 하려고 했는데, 정작 북한 사람들은 강연에서 ‘장사에 성공하려면 레스토랑 벽을 무슨 색으로 칠해야하느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북한 시내에 밝은 색을 벽면에 칠한 카페들이 많아졌다”며 “김정은이 커피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영향도 크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평양 시내에는 최근 북한산(産) ‘평화자동차’ 광고가 등장하고 ‘삼지연 태블릿PC’를 파는 상점, 네일숍과 고급레스토랑에 이어 스마트폰 매장도 생겨났다. 인터넷이 차단되어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상점에서 케이블을 연결해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다운받는 ‘앱스토어’까지 생겼다.

바에젠제 씨는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 당시 북한 중소 무역상인들을 상대로 한 환율에 대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이후 그는 북한에 자주 들어가 레스토랑이나 카페, 식료품점, 전자제품 가게를 창업하고 싶은 중상위 계층을 상대로 고객 만족, 브랜드 마케팅, 직원관리에 대해 강의해왔다. 영어 통역으로 진행되는 이 강의에는 다른 외국인 기업가들도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슈테른은 “이런 현상은 경제 자유화의 신호탄이며, 그 배후에는 북한의 1세대 기업가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젠제 씨는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장마당’ 자본주의에 대한 열망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되자 2년 전부터 기업인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고객 카드를 만들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상점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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