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돈… 남의 돈 뺏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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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2월의 주제는 ‘약속’]<20>시간 약속 안지키는 사람들

이정욱 씨(39·의료기기업)는 매달 한 번씩 오전 7시 30분에 열리는 직원교육 시간에 더이상 늦지 않는다. 강의를 듣기도 하지만 강사로 나서는 날은 전날 알람을 두세 차례 연달아 울리도록 설정해 놓는다. 평소 늦잠 자는 버릇이 있기에 더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습관이 교정된 이유는 따로 있다. 6개월 전 ‘낯 뜨거운’ 경험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휴대전화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든 것이 화근이었다. 한참 뒤 일어나보니 문자메시지 수십 통에 부재중 전화도 세 통이었다. 서둘러 교육 장소에 나가 보니 부하와 다른 부서 직원들 15명이 1시간 30분 가까이 기다리고 있었다. 9시부터 업무가 시작되니 결국 교육은 하지 못했다. 이 씨는 “그들이 일찍 출발한 시간을 포함하면 내가 3시간씩을 허비하게 만든 셈인데, 내가 윗사람이어서 면전에서 욕은 안 먹었지만 눈들이 정말 따갑더라”고 말했다.

○ 약속 지키면 바보?

‘○○시에 만나자’는 것은 흔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그러나 상당수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에는 민감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흘러가는 데에는 둔감하다.

박모 씨(36)는 지난해 말 겨울휴가로 일본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타면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박 씨는 “출발 시간이 지났는데도 승무원이 게이트를 닫지 않고 있었다. 뒤늦게 일가족 3명이 미안한 기색도 없이 쑥 들어오는데 손에는 면세점 쇼핑백을 주렁주렁 들고 있었다. 화장품과 술 사느라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방송을 해도 안 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들이 짐 정리를 하고 자리에 앉고 난 뒤 예정 시각을 15분 넘겨서야 비행기는 출발했다. 이날 비행기는 만석이어서 최소 300명의 15분씩, 총 4500분을 낭비하게 한 셈이다. 항공사에서는 늦게 탄 탑승객의 불평을 듣지 않기 위해 나름의 배려를 한 것이겠지만 약속을 지킨 다수의 승객을 바보로 만드는 이런 일은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늦는 것은 습관이다

“월요일이라 차가 많이 밀려서 늦었습니다.” 이런 변명은 대개 지각대장들이 상투적으로 내놓는다. 상사는 이렇게 대꾸한다. “그런 걸 감안해서 더 일찍 출발해야지, 왜 매주 그 모양인가!”

조금만 긴장해서 미리 준비하면 이런 문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시간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게 빡빡해 보일지 몰라도 습관화하면 어렵지 않다. 이동식 수업을 진행하는 미국 중고교에선 수업 중간 ‘이동시간’을 5분 정도로 제한한 곳이 많다. 이동 거리가 길어도 정해진 수업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지각이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사회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지켜야 하는 시간 약속에 있어서는 ‘화장실이 급했다’는 이유도 통하지 않는다. 미국 보육시설에선 아이를 찾아가는 시간을 정해놓고 이를 1분이라도 어긴 부모에겐 자체적 벌금으로 1달러라도 물리는 곳이 많다. 여성희 이화여대 사범대 교수는 “작은 금액이라도 돈으로 표현해 ‘시간은 서로에게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걸 규칙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늦는 버릇을 고칠 수 있을까. ‘아이가 알아야 할 365가지 매너’란 베스트셀러 작가인 셰릴 에벌리는 5가지 수칙을 이렇게 설명한다. △아이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줘라 △아이들이 자기 물건을 항상 제자리에 두도록 해라 △전날 밤에 미리 준비하도록 해라 △아이들이 어디를 가기 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을 리스트로 정리할 수 있도록 지도해라 △15분 이상 늦게 되면 기다리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양해를 구하도록 해라.

아이가 배울 수 있는 세상의 규칙이라면, 어른도 할 수 있다. 서로 시간 자산을 지켜주는 것이 세상살이 약속의 첫걸음이다.

우리 사회에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change2015@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사례나 사진, 동영상을 보내주시면 본보 지면과 동아닷컴에 소개하겠습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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