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위안부’는 원칙대로… 안보 - 경제 챙길 것은 챙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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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년-한일수교50년/꽉 막힌 對日관계 어떻게]
‘동북아평화구상’ 日협조 필수
양국 관계정상화 더는 못미뤄… 역사와 분리 ‘투 트랙’ 필요.
日정부 ‘위안부 해결’ 온도차
고위급 나서서 변화 이끌어야… 다자정상회담 등 방법 모색을

《 한일 수교 50주년인 2015년을 맞아 정부는 꽉 막힌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다층(多層)적 대일 외교 추진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31일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대일외교 해법이 논의된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 기류가 한일관계를 풀자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물론 우리만 바뀐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다. 최근 중의원 조기 총선 승리로 자신감이 충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의 열쇠인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선택한 돌파구 마련의 근거는 국익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외교 소식통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일 압박과 교섭을 계속하되, 이와 별개로 한일 간에 안보 경제 등 다양한 실리적 문제를 다루는 대화 채널을 적극적으로 열 것”이라고 대일정책 선회 구상을 설명했다. 한일 관계 정상화 문제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일 관계 개선 과정은 2015년 한반도 주변 외교의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 협력 없이 ‘동평구’ 불가능

이명박 정부 임기 말부터 박근혜 정부 2년 내내 악화된 한일관계를 방치하지 말고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으로 선회하려는 것은 △미국의 한일 관계 정상화 요청 △한국-중국 대 일본 구도 고착화 부담 등 동북아 외교 환경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현 정부의 대외 기조 중 하나인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일본의 협조나 미국의 지원을 얻지 못하면 미아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베 내각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태도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총리가 인도적 차원에서 사과하고 △주한 일본대사가 이를 위안부 피해자에게 전달하며 △일본 정부 기금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3가지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한국 정부가 파악했다. 아직은 일본 정부 내에서도 3가지 안을 두고 총리관저와 외무성 간 온도차가 있다. 외무성은 위안부 문제를 반드시 풀자고 하지만 총리관저 측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다는 것.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위안부 문제 해결 대화 채널을 현재의 국장급에서 외교부 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등 고위급으로 격상해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안부 문제와 실리 협력 분리하자”

“역사 및 위안부 문제 해결을 계속하되,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관계 정상화도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안보 경제 분야의 실리를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실리를 찾을 때라고 제안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21세기에 걸맞은 한일 관계 정상화, 새로운 한일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위안부-교과서-역사 문제에서 일본이 양보하고, 한국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비전을 제시하는 포괄적 해결 노력을 한꺼번에 담은 ‘21세기 한일 비전성명’ 채택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은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 일본에 해결을 요구하되 안보 문제는 다양한 협력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한국의 대북정책이 유연성과 (다양한) 수단을 가질 수 있다”며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저강도 도발에 지도부 차원에서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실무진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다자 정상회의, 다층적 접근으로 돌파구 마련

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다만 한일 양자 정상회담보다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에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담 등 다자 형식이 좋은 출발점으로 보인다. 이런 국제적 접근법은 한국이 일본과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국제사회의 의심을 불식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한일 양국에 실리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경제 문화 분야에서 장관회담을 적극 추진하고 수교 50년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며 “‘아시아의 발전과 민주주의’를 리드하는 한일 간 파트너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대적이던 중일 관계의 변화 흐름도 고려해야 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한중 대 일본이라는 역사동맹이 전격적인 중일 정상회담으로 흐트러진 상황이다. 올해에도 정부가 한일관계 악화를 감수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올인(다걸기)해야 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4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 물포럼 행사에 관심이 많은 나루히토(德仁) 일본 왕세자를 초청해 한일 관계 개선 메시지를 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복병은 많다. 3월에 나올 일본 중학교 지리 교과서 검정 결과도 걸림돌이다. “한국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를 불법 점령했다”는 식의 주장이 실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베 정권의 적극적인 수정주의 노선 강화로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결국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한일 관계 개선 구상의 성패가 달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역사#위안부#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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