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조심스러운 靑, 법무부에 공 넘기며 여론 저울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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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가석방論 확산]
靑 “가석방은 법무장관 권한” 선그어
경제살리기 절박감에 여권서 군불… 국민 여론은 반대 58% 〉 찬성 22%
靑 “대통령과 무관” 사전 거리두기

기업인 가석방의 열쇠는 결국 국민 여론이 쥐고 있다. 여권의 핵심 키플레이어들이 차례로 ‘가석방 애드벌룬 띄우기’에 나서는 것도 여론의 반전을 위해서다.

처음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었다. 올해 9월 황 장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구속된 대기업 오너가) 경제 살리기에 헌신한다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가석방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같은 달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인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번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직접 총대를 멨다. 김 대표는 24일 “심각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기업인 가석방 건의를) 청와대에 전달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이어 26일 이완구 원내대표도 김 대표 발언에 동조하고 나섰다.

여권 수뇌부가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나선 것은 경제 살리기의 절박감 때문이다. 재정은 물론이고 민간 영역의 투자 확대 등이 이어져야 경제 회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기업인 가석방은 이 실타래를 푸는 결정적 열쇠라고 본 것이다. 시간도 촉박하다는 게 여권 수뇌부의 판단이다. 박근혜 정부 3년 차인 내년이 지나가면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 2017년 대선으로 무게추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가석방에 대한 국민 여론은 좋지 않다. 리얼미터가 24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업인 가석방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22.0%에 그쳤다. 그 대신 반대한다는 의견은 58.1%에 달했다.

청와대가 가석방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것도 이런 여론과 무관치 않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권한”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하고 있다. 황 장관이 어떤 선택을 하든 박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사전 보호막’인 셈이다.

그러나 민 대변인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기업인 특별사면을 실시할 것이냐’는 질문에 “들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특별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월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측근들을 대거 특별사면하자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특별사면권이 아닌 가석방 카드는 최적의 절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약 파기 논란을 피하면서 경제 활성화의 불씨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경제 살리기와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국민 여론을 놓고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기업인#가석방#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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