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지원 - 반값등록금… 정치바람에 춤춘 정책 “미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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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대한민국 정책평가]<中>교육·문화 분야 10대 정책
문체부 2014년 첫 추진 관광주간… 초중고 시험기간 겹쳐 효과 미미
생활 밀착 ‘휴양림 확대’ 최고점

교육·문화 분야의 평가 대상은 대다수가 교육과 청소년 정책 부문에 쏠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 국민이 교육 전문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부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 이외의 정책은 ‘국민 생활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렸고 교육 정책은 대체로 2점대의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고등교육과 관련한 정책들이 대부분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정책이 중요


좋은 평가를 받은 정책은 역시 국민의 생활 속에 녹아드는 주제, 그중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10개 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자연휴양림 확대 및 치유의 숲 조성이 대표적이다. 이 정책은 2017년까지 2000만 명이 산림복지를 누리게 하겠다는 목표로 ‘참살이(웰빙)’와 ‘힐링’을 원하는 현대인들의 수요를 잘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국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산림복지를 누릴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자연휴양림은 물론이고 도시 근교 삼림욕장도 늘려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비슷한 성격의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을 통한 내수 활성화 및 신규시장 개척 정책은 2.5점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 대상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주간 정책과 관광두레 조성사업, 관광산업 채용박람회,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 활성화, 의료관광 육성 정책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 가운데 문체부가 올해 처음 추진한 일종의 ‘관광방학’인 관광주간은 세월호 사고로 봄(5월 1∼11일) 행사가 대부분 취소됐고, 가을(9월 25일∼10월 5일)에는 초중고교 중간고사 기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1400만 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성과로 꼽힌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올해는 세월호 사고로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관광정책 홍보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실무자들이 많았고, 이로 인해 내수 관광 활성화에 대한 국민 체감도도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스 산업이나 의료관광객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유치 외국인이 늘어나도 국민이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김철민 관광정책관은 “일반인 응답자가 관광 정책이 내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평가가 외국인 관광객 1400만 명 달성, 국제회의 개최건수 세계 3위 달성 등의 성과와는 무관하며 내년 초 발표될 국무조정실의 정책평가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해명했다.

10개 정책 가운데 최저점을 받은 BK21플러스 사업(2.4점)의 경우 정책 대상이 대학과 연구소에 한정되다 보니 일반인의 인지도(2.1점)가 극도로 낮은 것이 전반적인 평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책 대상이 소수의 특정 집단에 한정된 경우 불가피한 측면이다.

○ 추진 과정 혼란이 저평가로 이어져

자주 바뀌는 정책, 추진 과정이 불안정한 정책일수록 모두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뀌는 대학입시 정책,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따라 예산이 위협받는 영·유아 정책, 교육감이 바뀌면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방과후 교실과 돌봄교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권에 따라 또는 교육감 등에 따라 교육 정책이 일관성 없이 바뀌다 보니까 교육 현장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낮고 정책 수행에 대한 피로감은 높은 상태”라며 “정책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완벽하지만 실제로 합쳐 놓고 보면 오류가 발생하는 ‘구성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안정한 정책 중에서도 수요자가 많고, 직접 돈이 걸린 정책들의 경우 실현 가능성, 투명성, 효과성, 만족도 등의 평가지표에서 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예산 분담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여야 간 대립이 이어졌던 3∼5세 누리과정(3.0점)이 대표적이다. 김두래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요 재원의 부담을 둘러싸고 갈등이 노출되면서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소요 재원을 확보하는 대처 방안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등록금 지원(2.8점)은 목표가 분명한 것에 비해 대안의 논리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3조5000억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성이나 만족도가 저조했다. 적정한 대학 진학률이나 교육 서비스 대비 등록금의 타당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따져 만든 정책이 아니고,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한 정책의 부작용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예산갈등 봉합은 했지만… 3∼5세 누리과정 지원 강화정책은 사회적 필요성은 높지만 예산 분담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정책실현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만 3∼5세 유아를 키우는 모든 가정에 정부가 교육비와 보육비를 보조함으로써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는 매우 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예산갈등 봉합은 했지만… 3∼5세 누리과정 지원 강화정책은 사회적 필요성은 높지만 예산 분담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정책실현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만 3∼5세 유아를 키우는 모든 가정에 정부가 교육비와 보육비를 보조함으로써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는 매우 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목표-대안 뚜렷했던 교육·문화정책… 추진력-소통 부족으로 최저점 받아 ▼

전문가들 “정부 전문성 높여야”


정책 평가를 실시한 4개 분야 가운데 교육·문화 분야는 가장 낮은 2.9점을 받았다.

평가 과정에서 교육·문화 분야 정책들은 나머지 분야에 비해 목표가 분명하고 정책대안도 논리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출발은 좋았던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에 있었다. 추진 과정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이 떨어지고,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런 현상은 특히 교육 정책에서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교육 정책이 용두사미 격으로 흘러가는 이유를 톱다운 방식과 민감한 여론의 흐름 때문으로 꼽았다.

교육 정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정책 대상이 광범위하다 보니 현장 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톱다운 방식으로 하달되는 경우가 많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립과 사립 학교, 공부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과목별 교사들, 수월성교육을 원하는 사람과 평등 교육을 원하는 사람 등 교육 분야는 워낙 내부적으로 복잡하다”면서 “이들의 이해관계를 다 살피려다 보니 정책이 수없이 바뀌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은림 경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내려보내는 정책들에 대해 현장에서는 무슨 취지인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자연히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게 된다”면서 “교육이 아직도 신분 상승과 생존 문제로 직결되다 보니 국민들이 교육 정책의 잡음에 민감해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 정책이 이런 한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에 미치는 파장도 워낙 크다 보니 되레 정부가 휘둘리는 경우도 많아진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 이리저리 정책 방향을 틀다가 좌초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론의 향배에 너무 흔들리지 말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교수는 “교육 정책은 정부가 전문가 견해보다 여론과 이해당사자들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정치인들도 이해관계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전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수립한 정책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말고 일관되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 특별취재팀 >
▽팀장=
신치영 경제부 차장 higgledy@donga.com

▽팀원=홍수용 김준일(이상 경제부) 김희균 유근형 최지연(이상 정책사회부) 조숭호(정치부) 최고야(소비자경제부) 기자

교육·문화분야 평가: 김두래, 최상옥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누리과정#정책#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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