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특별등급 신설 - 특진비 부담 완화… ‘돌직구’ 정책 빛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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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대한민국 정책평가]<中>사회복지 분야 10대 정책
정확한 수요예측-과감한 재원투입…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도 호평
‘경단녀’ 찔끔지원은 체감도 낮아

“야당보다 더 왼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복지 공약 패키지를 내놨을 때 학계에서는 이런 평가가 나왔다. 야권의 무상복지 시리즈와 각을 세우면서도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의지가 잘 드러난 것. 즉 이미지 메이킹이 잘됐다는 얘기다. 성장에 방점을 찍었던 이명박(MB) 정부와 달리 경제정책의 목표를 ‘국민행복’에 두면서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도 누렸다. 야권처럼 ‘선심성 복지’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보수층의 비판을 받아야 했을 정도다.

○ 박근혜표 복지 ‘평균은 했다’


정부 출범 2년을 앞둔 시점에서 박근혜표 복지 정책들은 수많은 논란에 직면해 있다. 증세 없는 복지 논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비용 갈등 등 산고 속에서 첫발을 내딛고 있다.

하지만 복지를 둘러싼 갈등에 비해 국민의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번 정책평가에 따르면 10개 사회복지 정책은 평균 3.2점(최저 0점, 최고 5점)을 받아 평균(3.0점)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 안정과 내실화(3.6점)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부담 완화(3.4점)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3.4점) △사회적 기업 육성(3.3점) 등 4개 정책은 전체 평가 대상 40개 중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 논란 클수록 돌직구로 승부해 ‘호평’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과감하게 접근한 복지정책들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개선, 노인장기요양보험 내실화를 위한 치매특별등급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역대 정권들은 3대 비급여 문제의 심각성은 공감하면서도 처방을 내놓지 못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분야에서 보장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비급여 개혁은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묵은 과제를 해결한 건 과감한 결단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에 2017년까지 연평균 1조125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건강보험을 부분 적용하기로 했다. 이동욱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을 통해 의료계 반발을 최소화했고, 병원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고난도 수술 등의 의료수가를 높여준 것이 해결의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둘러싼 여러 문제 속에서도 치매특별등급(5등급)을 도입한 것은 과감한 결단으로 손꼽힌다. 7월 5등급 도입 이후 약 1만 명의 경증 치매 환자가 미술, 원예 치료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다.

○ 간병비, 요양시설 난립 등 보완 필요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정책들도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

3대 비급여 개선책의 경우 지속적인 모니터링 없이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실제로 일반병실 기준을 4인실까지 확대한 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2∼3인실 비율을 늘리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환자들이 4인실 이상 일반병실을 이용하기 이전 상대적으로 비싼 1∼2인실에서 대기하는 관행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간병비 부담도 정책 효과를 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현재 지방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포괄간호서비스(보호자 없는 병동)를 2017년부터 서울 대학병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간호인력의 획기적인 확대 없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 정부 지원금을 노린 요양시설이 난립하면서 서비스 품질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치매특별등급 도입으로 제도의 외연이 넓어지면서 요양시설은 더욱 난립할 가능성이 높다. 요양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체감도 낮은 ‘찔끔’ 정책은 평가 좋지 못해

반면 복지 수혜자들의 체감도가 낮은 정책은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평균 297억 원의 예산을 쓰고 있는 경력단절여성 취업 지원 정책(2.8점)은 정책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2012년 경력단절여성 취업을 지원하는 새일센터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여성의 67.1%가 1년 안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여성 3명 중 1명은 3개월도 안 돼 일을 그만뒀다.

새일센터가 저학력 여성을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일센터를 찾는 경력단절여성 이용자 중 60%가량이 고졸 이하다. 이들은 단기 취업에 급급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논란 속 시행은 했지만… 기초연금 접수가 시작된 7월 1일 한 노인이 주민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기초연금은 전문가들로부터 ‘노인 생활고를 덜어주면서도 장기 재정 안정까지 도모했다’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은 반면 일반 
국민들로부터는 ‘반쪽짜리 연금’이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DB
논란 속 시행은 했지만… 기초연금 접수가 시작된 7월 1일 한 노인이 주민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기초연금은 전문가들로부터 ‘노인 생활고를 덜어주면서도 장기 재정 안정까지 도모했다’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은 반면 일반 국민들로부터는 ‘반쪽짜리 연금’이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DB

▼ 도입 과정서 잡음 심했던 기초연금… 일반국민 “반쪽 정책” 싸늘한 평가 ▼

전문가는 “실질적 도움” 후한 점수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복지의 대표 작품이다. 대선 과정부터 정치 이슈화되면서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기초연금의 내용을 비교적 잘 인지하고 있다. 동아일보 정책평가에 따르면 평가 대상인 10개 사회복지 정책 중 인지도가 가장 높았다. 그만큼 국민들의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7월 기초연금 시행 이후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노인 생활에 도움을 주면서도 장기적 재원 마련에도 신경을 썼다’며 비교적 후한 평가를 하는 반면 일반인은 ‘반쪽짜리 기초연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축소했고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받는 구조로 기초연금을 설계했다. 현재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의 약 91%가 20만 원 전액을 받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비율은 현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한 것은 고령화가 심화된 이후에도 제도가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도가 시행됐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특히 기초생활보호대상자가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을 경우 그만큼 생계급여를 덜 받게 되는 부분이 노인계층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없고, 이럴 경우 차상위계층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설명했지만 노인 단체들은 ‘기초연금을 줬다 빼앗는다’고 주장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제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더라도 기초연금 추진 초기부터 기초수급자의 생계급여가 깎일 수 있다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더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이 도입될 경우 노인빈곤율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개선되는지 정부가 정밀한 추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문제가 됐다.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정책효과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지급에 연간 수조 원이 투입되는데, 기초연금 도입으로 인한 노인빈곤율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없다는 건 문제다. 지금이라도 재정 추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특별취재팀 >
▽팀장=
신치영 경제부 차장 higgledy@donga.com

▽팀원=홍수용 김준일(이상 경제부) 김희균 유근형 최지연(이상 정책사회부) 조숭호(정치부) 최고야(소비자경제부) 기자

사회복지분야 평가: 최흥석, 최영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사회복지#정책#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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