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만섭]청와대부터 혁신하고 새해를 맞자

이만섭 전 국회의장 입력 2014-12-22 03:00수정 2014-1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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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 전 국회의장
며칠 지나면 새해다. 희망을 갖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우울하고 답답했던 일들을 청산해야 한다. ‘정윤회 문건 유출 의혹’ 사건으로 그동안 국민들 마음이 매우 우울했으니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깨끗이 정리하고 해를 넘겨야 한다. 대통령은 “찌라시 수준의 문건에 나라가 흔들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으나, 찌라시 수준의 문건을 만든 것은 국민도 언론도 아니다. 청와대이다. 문건을 유출한 곳도 청와대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이 사건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또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올 초, 문건이 작성되고 유출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김기춘 비서실장이 제대로 조치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비서실장과 비서 3인방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진정으로 대통령을 위한다면 스스로 물러나 대통령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그게 인간적인 의리이다.

대통령도 측근을 정리하는 과감성이 필요하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최측근이었던 이후락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을 민심의 뜻에 따라 경질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두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고 목숨 걸고 투쟁했고 박 대통령은 이런 민심을 과감하게 수용했다. 지금 새누리당에서는 의원직을 걸고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쉽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3년 대통령에 취임하자, 선거 때 그를 가장 많이 반대했던 동아일보의 최두선 사장을 국무총리로 영입했다. 그만큼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취지였다. 또 5·16쿠데타군을 섬멸하려 했던 이한림 장군을 건설부 장관에 앉혔다. 자기에게 충성만 하는 사람보다 반대자들까지도 폭넓게 수용하는 인재 등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의 이런 점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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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청와대부터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인사와 국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장관과 수석들을 직접 만나 보고를 받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들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위임해야 한다. 장관들도 대통령 말씀을 받아 적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소신을 갖고 일해야 한다.

청와대 혁신의 일환으로 청와대 인력을 대폭 축소할 것을 건의한다. 비서실에 사람이 많으니 권력 투쟁을 하고 이전투구를 한다. 예컨대, 대변인이 홍보수석을 겸하면 되지 대변인 따로 홍보수석 따로 할 것이 무엇인가. 부속실도 제1, 제2로 나눌 까닭이 있는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엔 청와대 부속실을 지키는 사람이 임기 내내 김성구 전석영 두 사람뿐이었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외국 손님이 많아 영부인을 도와야 할 제2부속실을 두었으나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청와대를 축소하면 이게 바로 세금을 아끼는 일이고 청와대를 혁신하는 길이다. 청와대가 스스로 개혁하면 자연스럽게 전 공공기관으로 확산될 것이다. 총리실 축소도 이뤄질 것이다. 사람이 많으면 문제가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내친김에 말하자면 각종 위원회도 없애라. 1년에 한 번 회의 할까 말까 하는 곳에, 국민 세금 부담이 이렇게 커서야 되겠는가. 지금 나랏빚이 얼마인지 알기는 하는가.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청와대 내 소통은 물론이고 여당, 더 나아가 야당과도 소통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국민과 소통해야 민심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 제1조 2항을 가슴 깊이 새기고 실행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으면 한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
#청와대#인사#국정#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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