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인질극, 2人의 영웅적 희생이 더 큰 참사 막았다…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6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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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도심 카페 인질극의 희생자 카페 매니저와 여성 변호사의 영웅적인 마지막이 호주 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은 16일 시드니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초콜릿 카페 인질극 진압 작전 도중 사망한 인질 2명은 여성 법정변호사 카트리나 도슨(38)과 카페 매니저인 토리 존슨(34)이라고 밝혔다.

AFP와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존슨은 이날 새벽 2시께 인질범 만 하론 모니스(49)가 잠든 사이 총을 빼앗으려 했다. 모니스와의 몸싸움 끝에 존슨은 가슴에 총을 맞고 절명했다. 이 와중에 인질 몇 명은 황급히 카페를 뛰쳐나왔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심상치 않음을 안 경찰이 진입 작전에 돌입했고, 17명의 인질 중 대다수가 이 때 카페를 빠져나왔다. 존슨의 희생으로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앤드루 스키피오니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청장은 “카페 내부에서 총성이 울리면서 비상행동계획에 돌입했다. 그때 경찰이 진입하지 않았으면 더 많은 희생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희생자인 도슨 변호사는 총격전 중 임신한 친구를 보호하려다가 총에 맞았다. 도슨은 병원으로 후송되던 도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8살, 5살, 3살 자녀의 어머니인 도슨은 시드니대 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재원으로 두 언니와 남편 역시 촉망받는 변호사다.

존슨과 도슨의 용기 있는 행동이 알려지면서 SNS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 현장인 린트 초콜릿 카페 주변 보도는 시민들이 놓은 헌화로 가득 찼다. 시드니 시내에는 조기가 걸렸다.

성 메리 성당에서는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미사가 열렸다. 앤서니 피셔 대주교는 “무고한 두 희생자의 죽음으로 우리 도시의 심장이 부셔졌다”고 애통한 마음을 전하고 “두 영웅은 기꺼이 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려놓았다”고 칭송했다.

존슨의 부모는 성명을 내고 “아름다운 아들 토리가 자랑스럽다. 그 애는 세상을 떠났지만, 가족으로서 함께한 우리의 멋진 추억은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사우스웨일스 변호사 협회는 “카트리나는 가장 촉망받는 명석한 변호사였다”면서 “협회 동료들은 그녀를 매우 그리워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란 태생인 인질범 모니스는 경찰과의 대결 중 사살됐다. 과격 이슬람 종교지도자로 자처하는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호주군 주둔에 반대하는 ‘증오 메일’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진입작전 도중 각각 어깨와 발, 다리에 총상을 입은 75세, 52세, 43 여성은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다. 총알이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 가벼운 상처를 입은 39세 남성도 병원에서 처치를 받았다. 35세와 30세로 알려진 임신부 두 명은 병원 검진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에서 일하던 한국 교민 배모 씨(20·여) 등 다섯 명은 억류됐다가 진입작전 전날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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