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너무 사랑하기에… 떠나보내는 강정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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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언론사가 주최한 야구 시상식에서 올해의 프런트 상을 수상한 이장석 넥센 대표(왼쪽)가 강정호에게서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강정호는 이 대표가 극도로 아끼는 선수다. 넥센 제공
지난주 한 언론사가 주최한 야구 시상식에서 올해의 프런트 상을 수상한 이장석 넥센 대표(왼쪽)가 강정호에게서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강정호는 이 대표가 극도로 아끼는 선수다. 넥센 제공
“♬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사랑한다면 왜 헤어져야 해.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넥센 유격수 강정호(27)를 생각하면 흘러간 유행가 가사가 떠오른다.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 유격수 강정호는 요즘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넥센 구단은 다음 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강정호에 대한 포스팅을 요청할 예정이다.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강정호는 내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된다.

올 시즌 유격수로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40홈런 고지에 오른 강정호는 팀 전력의 핵심이다. 선수 한 명이 아쉬운 때에, 그것도 주축 선수가 빠진다는 것은 엄청난 타격이다. 같은 이유로 KIA는 왼손 에이스 양현종의 일본 진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넥센은 오히려 그를 떠나보내지 못해 안달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유는 ‘돈’이다. 모기업 없이 살림을 꾸려가는 넥센은 재정 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강정호를 메이저리그에 보내면 이적료를 받을 수 있다. 강정호는 9시즌을 채운 완전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니라 7시즌을 소화한 해외 진출이 가능한 FA이기 때문이다. 2년 전 이맘때 같은 조건의 류현진은 2573만 달러(약 284억 원)를 전 소속 구단 한화에 안기고 LA 다저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사실은 노래 가사와는 정반대다. 넥센은 강정호를 너무 사랑해서 그를 떠나보내려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넥센 구단의 실질적인 주인 이장석 대표가 강정호를 너무 사랑해서다.

이 대표는 사석에서 “강정호가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우리 팀을 상대하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다. 여기에 모든 진실이 숨어 있다.

강정호는 2시즌을 더 뛰면 완전 FA가 된다. 현실적으로 넥센이 강정호를 잡기는 어렵다. 과열된 국내 FA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공수주를 겸비한 강정호를 잡기 위해선 100억 원이 넘은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다고 정(情)에 호소해 싼값에 그를 눌러앉힐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해외 진출이다.

강정호가 내년부터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선수로서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미국에서 보내게 된다. 그리고 국내로 다시 돌아올 때는 원소속 구단인 넥센의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규정상 FA 자격을 재취득하려면 4시즌이 더 필요하다. 계산대로라면 강정호를 영원한 넥센맨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넥센은 준비도 치밀하게 했다. 1년 전부터 가장 적합한 에이전트를 찾아 강정호에게 연결해 줬다. 이 에이전트는 작년 말부터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을 상대로 강정호 알리기에 나섰다. 올 초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7,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강정호를 직접 관찰하러 온 이유다. 시즌 중에도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강정호를 보러 서울 목동구장을 찾았다.

시즌 중에도 강정호의 이름은 미국 현지 언론에 종종 언급됐다. 최근엔 CBS스포츠가 “뉴욕 메츠와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가 강정호 영입에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다.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과 샌프란시스코 담당 기자가 즉각 이를 부인하는 글을 올렸지만 계약이란 것은 계약서에 사인할 때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 대표가 특히 애정을 갖고 있는 강정호야말로 넥센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강정호는 2008년 창단 때부터 팀의 주축이었고, 넥센에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넥센 관계자는 “강정호의 해외 진출은 구단의 이익보다 선수의 미래를 고려한 측면이 더 크다. 나이로 보나, 기량으로 보나 지금이 메이저리그 진출의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액의 이적료를 받는다면 그것은 덤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강정호#넥센#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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