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안전운항 방해’ 위법여부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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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사무장 내려라” 뉴욕 공항서 여객기 되돌려
“1등석 견과류 서비스 방식 잘못”… 매뉴얼 설명못한 사무장에 고함
탑승구로 후진… 10여분 지연 출발, 美 항공보안 규정 위반 지적도
대한항공 “승객 불편 죄송하지만… 趙부사장 문제 제기는 당연”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40·여·사진)이 미국에서 객실 서비스를 문제 삼아 활주로로 이동 중인 항공기를 후진시켜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5일 0시 50분(현지 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086편(A380 기종) 항공기가 토잉카(항공기를 끄는 차)에 의해 활주로 방향으로 약 20m 갔다가 다시 탑승구로 돌아가는 ‘램프리턴’을 했다. 이 비행기는 남자 사무장 한 명을 내려놓은 뒤 다시 출발했다. 이 소동으로 비행기는 10분 정도 늦게 출발했다. 출장에서 돌아오기 위해 마침 이 비행기 일등석에 타고 있던 조 부사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조 부사장은 승무원이 견과류인 마카다미아 봉지를 보이며 “드시겠느냐”고 묻자 “왜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따졌다. 일등석 기내 서비스 매뉴얼에 따르면 비행기가 뜨기 전 승무원은 승객의 의향을 물어본 뒤 승객이 원하면 따로 마카다미아를 종지에 담아 내어오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사무장을 불러 매뉴얼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무장이 태블릿PC에서 상관 없는 파일을 여는 등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비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니 내려라”라고 고함을 질렀다. 조 부사장의 고함소리는 이코노미석까지 들릴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행기는 탑승구로 돌아와 사무장이 내린 후 다시 출발했다. 내린 사무장은 약 12시간을 기다려 당일 오후 1시에 출발하는 KE082편을 타고 귀국했다.

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대한항공은 입장 자료를 통해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승무원을 내리게 한 건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분들께 불편을 끼쳐 드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무장이 부사장의 지적에도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데다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둘러대려 했다”며 “기내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사무장의 자질을 문제 삼아 지적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조 부사장의 행동이 위법한지 조사에 나섰다. 이창희 국토부 항공보안과장은 “현재 항공보안·안전감독관 합동으로 관계자 인터뷰 등 사실 조사를 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항공법령 위반이 있을 경우 사법기관 고발 등 관련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국적기에 대해서는 사고나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상관없이 국내법 적용을 받는다.

항공보안법 제23조(승객의 협조의무) 1항은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이 기장 등의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운항 중인 항공기 안에서 ‘폭언·고성방가 등의 소란행위’ ‘기장 등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방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항공기 기장이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정확한 보고를 하지 않아 TSA 항공 보안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TSA는 ‘미국에 오가는 민간 항공기의 보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고와 의심스러운 활동에 대해 항공기는 즉시 교통보안센터를 통해 TSA에 알려야 한다’는 비상 조항을 두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당시 기장은 관제탑에 “객실 관련 사항으로 돌아가겠다”고 보고했을 뿐 TSA에 알리지 않았다. 기장은 사무장으로부터 “일등석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 그 책임을 지고 내가 내려야 한다”고 전해 들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이륙한 후 알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규정에 따른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현지 공항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이라며 “해당 상황이 사고나 비상사태라고 볼 수 없어 (TSA에)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홍수영 기자
#조현아#대한항공#안전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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