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허니버터칩이 뭐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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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버터칩이 8월 처음 출시됐을 때는 두 개 사면 한 개 더 주는 ‘2+1’ 행사까지 했다는데 요즘은 허니버터칩 먹어봤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가게에 갔다가 허탕 치고 돌아왔다는 얘기만 한다. 다들 허니버터칩만 찾으니까 물량을 확보한 일부 가게들은 팔리지 않는 다른 과자를 묶어서 팔기도 하는 모양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2일 “허니버터칩 같은 인기상품을 비인기상품과 같이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법이 금지하는 끼워 팔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과자의 유행 같은 것에 별로 민감하지 않은 나도 지난주부터 이곳저곳에서 허니버터칩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조사인 해태가 일부러 생산량을 줄여 품귀 현상을 빚는 신종 상술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해태가 공장을 풀가동하다가 기계가 멈춰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이 줄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어제 해태는 해명을 내놓았다. “강원도 원주 문막의 공장에서 3교대 24시간 생산체제를 갖추고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으나 주문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유행이란 게 구름과 같아서 어떻게 일어나고 흩어질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일부 인기 연예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경쟁적으로 언급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는 게 그럴듯해 보인다. 유튜브를 통한 입소문으로 세계적 히트를 친 싸이의 ‘강남스타일’ 정도는 아니더라도 SNS 시대에 입소문이 무섭다는 걸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다.

▷올해의 유행 상품에 허니버터칩이 추가될 수 있을까. 감자칩이 짠맛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마는 허니버터칩은 감자칩은 짠맛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파괴했다. 출시 직후 허니버터칩을 먹어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약간 달콤하고 고소한 감자칩이라고 한다. 과자 이름 그대로 감자칩에 꿀(허니)과 버터를 가미했다. 서양식 감자칩이 한국 사람 입맛에는 너무 짠 게 사실이다.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거품인지 어떤지는 아직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많아 좀 더 지켜봐야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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