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간접투자로 5·24 우회 해제… 남북철도 연결 큰그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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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하산 프로젝트 첫 결실]

정부는 시범사업이지만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가 석탄 운송이라는 형태로 첫발을 내디딘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일부는 21일 현대상선과 포스코, 코레일 등 3개 기업 컨소시엄 점검단의 방북 허가를 내주면서 향후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 경제협력 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일단 이번 결정이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5·24 제재 조치’의 예외적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간접 투자하는 우회로 수준의 초보 단계이지만 3개 기업 컨소시엄이 내년 초 북-러 간 합작사인 ‘나선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을 사들이는 데 성공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대북 간접 투자 시동

29일 예정대로 포항에 러시아 석탄이 들어오면 포스코는 발생 비용 총액 400만 달러(약 44억 원)를 러시아에 지불한다. 포스코가 석탄구매비 등을 포함한 총액을 러시아 석탄회사에 치르면 이 회사가 다시 나선콘트란스에 운송 및 수수료 등을 나눠준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전체의 5∼10%(2억2000만∼4억4000만 원 상당) 정도를 배분받는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는 5·24조치를 우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안별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과 사업하면서 결국 간접 투자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5·24 조치 해제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가 참여하는 국제적 차원의 투자이기 때문에 남북 간 제재 조치인 5·24 조치와 무관하다고 주장할 명분도 있다. 5·24 조치 해제에 반발하는 보수 진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복잡한 기류 때문인지 정부 당국자는 “5·24 조치(해제)와 엄밀하게 관계있다, 없다고 하면 복잡해지고,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며 “특별한 사례로 봐 달라”고 모호하게 말했다.

우리 측 컨소시엄은 나선콘트란스의 러시아 지분 40%를 사들이는 방안을 러시아 측과 협상하고 있다. 나선콘트란스는 최근 끝마친 나진∼하산 철도 개·보수 및 운영을 주도해온 업체다.

○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목표

정부는 이번 사업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내 불안한 정치적 상황을 우려한 기업을 의식해 “기업이 요청하면 정부의 재원 대출 및 특수 상황 시 상환 의무 면제 등의 지원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의 지원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정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성공이 궁극적으로 남북 철도 연결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기업인 코레일이 이 프로젝트의 3사 컨소시엄에 포함된 것도 이 같은 장기적 계획과 연결돼 있다는 관측이 많다. 통일까지 염두에 둘 경우 북한 내 철도시설의 개·보수 및 운영 현대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작업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나진∼하산은 남북 철도 연결은 물론이고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에 매우 중요한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나선콘트란스 지분을 대거 확보할 경우 철도 운영은 물론이고 향후 남북 철도 연결 사업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앞길에 도사리고 있는 난관들

하지만 아직 이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물동량의 안정적인 확보나 북한 내 정치적 상황 등 제어하기 어려운 변수가 산적해 있다.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압박에 반발해 북한은 벌써부터 추가적인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결정적 변수”라며 “5·24 조치 공식 해제를 통한 남북 간 경협 가능성 역시 경직된 현재의 남북 관계 속에서는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간접투자#나진#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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