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내영]정당양극화 허물어야 생산적 정치 가능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대결의 정치 일상화되면서 사회까지 분열-대립 만연
중대선거구제, 비례대표 확대… 과감한 선거제도 개혁으로 양대 정당 지역패권-독과점 깨야
무엇보다 대화-소통 중시하는 리더십 구축이 핵심 과제

이내영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내영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치교착과 사회갈등이 장기화하고 민생법안이 표류하고 있지만 한국의 정치권은 대치정국을 타개할 능력도 의지도 상실한 듯하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하는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거부한 채 자중지란의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사회갈등을 해소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오히려 대화와 타협의 능력을 잃어버리고 극한대립을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지난 10여 년간 정당양극화(party polarization)가 진행돼 구조화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당양극화는 정당체제와 주요 정당에서 온건파의 비율과 영향력은 줄고 강경파의 비율과 영향력이 늘어나면서 정당 간의 타협과 협상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당양극화가 심화하면 정당 사이의 이념 및 정책노선상의 차이와 상호불신이 커지면서 대결의 정치가 일상화한다. 더불어 일반 국민도 지지 정당에 따라 양극화하기 쉽다. 결국 정당양극화가 구조화한 사회는 분열과 대립이 만연해지고 국정운영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정당양극화는 우리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도 쟁점 법안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하고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정부 폐쇄가 반복되고 있다. 정당양극화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필자가 분석한 바로는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정당양극화는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진행되었다. 핵심 원인은 정당의 이념과 정책노선의 차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당학회가 수행한 국회의원 이념과 정책선호 조사에 따르면 16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평균이념은 각기 4.03과 5.4로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점점 격차가 커져 19대 국회에서는 민주통합당 2.99, 새누리당 6.1까지 벌어졌다.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같은 시기에 양당 의원들의 선호 차이가 증가했다. 양대 정당의 이념과 정책노선에서 격차가 커진 만큼 여야가 타협과 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워졌다.

정당양극화의 다른 원인은 연령대별로 지지 정당이 뚜렷이 갈라지는 세대균열이다. 최근 각종 선거에서 과거보다 세대균열의 강도가 커지면서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됐다. 정당들의 지지 기반이 세대별로 극명하게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정당들은 지지하는 세대의 입장을 주로 반영하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 세대별 정당 지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극단적인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는 팟캐스트와 인터넷 카페 등 뉴 미디어의 영향력 증대도 정당양극화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정당양극화의 구조를 허무는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중대선거구제나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 등 과감한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양대 정당의 지역패권과 독과점 구조를 허무는 노력이 시급하다. 샌프란시스코 같은 미국의 일부 시에서 채택한 서열투표제(ranked-choice voting)도 다른 대안이다. 서열투표제는 1명의 후보만이 아니라 모든 후보에 대한 선호의 서열을 매겨 투표한다. 열성 지지자뿐 아니라 무당파와 경쟁당 지지자로부터도 표를 받을 수 있는 온건파 후보가 유리하기 때문에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

공천제도의 개혁은 중요하다. 우선 특정계파의 지지 여부로 공천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계파안배 공천의 관행을 청산해야 한다. 또한 후보 선정에서 일반 당원이나 국민의 참여를 늘리는 상향식 공천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제도개혁과 더불어 여야 모두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정치양극화 해소를 위한 핵심 과제다. 우선 강경파에 휘둘리면서 지리멸렬해진 새정치연합에서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나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정계개편을 통해 야권의 새판을 짜는 것이 나아 보인다.

정부여당도 야당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여야 관계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여기고 소통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세월호 대치정국 타개에 청와대가 남의 일 대하듯 지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권이 극단적 대결을 반복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한 느낌이다. 정치양극화의 구조를 타파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시키는 것이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첩경이다.

이내영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nylee@korea.ac.kr
#세월호 특별법#선거제도 개혁#새정치민주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