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대학생’에 흑백사진 같은 인생 이야기… 89세 강사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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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강단 서는 우암학원 조용기 학원장

자신이 세운 남부대에서 ‘인간학’을 강의하고 있는 우암학원 조용기 학원장. 89세인 그는 강의 때마다 젊은이들에게 “자기 삶의 키워드를 찾으라”고 강조한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자신이 세운 남부대에서 ‘인간학’을 강의하고 있는 우암학원 조용기 학원장. 89세인 그는 강의 때마다 젊은이들에게 “자기 삶의 키워드를 찾으라”고 강조한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흔들리고 넘어지고 상처를 입어도 목적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게 진정한 삶 아닐까요.”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첨단중앙로 남부대 본관 6330호 강의실. 작은 체구지만 기품이 있고 말쑥한 양복 차림의 노(老)신사가 강단을 오가며 열강을 하고 있다. 강사는 남부대가 속한 학교법인 우암학원의 조용기 학원장(89). 그는 미국의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가 쓴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를 학생들에게 낭독하게 한 뒤 그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남부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씩 강의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교과목 이름은 교양학부의 2학점짜리 ‘조용기 인간학’. 같은 학원 산하의 전문대인 전남 곡성군 전남과학대에서도 매주 화요일 같은 강의를 하고 있다. 2000년부터 두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니 벌써 15년째다. 그는 본인이 겪은 험준한 세상살이를 사례로 들어 세상의 변화에 대처하는 지혜를 풀어낸다. 열정과 꿈을 가진 20대 청춘의 보폭에 맞춰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 보기도 한다. 문예은 씨(21·남부대 한방제약개발학과 2학년·여)는 “꿈이 있는 삶은 미래를 희망하는 삶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고 노력하는 삶이라는 교수님의 강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강의 때마다 쪽지시험을 봐 긴장도 된다”며 웃었다.

조 학원장은 풍부한 인생 경험에 오랜 강의 노하우를 가졌지만 강의 준비는 젊은 교수 못지않게 철저하다. 두 시간 강의를 위해 보통 6∼7시간 책과 씨름하고 자료를 만든다. 직접 강의계획서를 쓰고 학생들이 낸 리포트도 꼼꼼하게 살펴 학점을 준다. 이면지를 갖고 다니며 생각날 때마다 메모를 해 사용할 정도로 검소하다.

조 학원장은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이 땅의 청년들에게 미래를 열어주고자 천막 교실 두 채에서 교육에 투신했다. 우암학원은 64년 만에 남부대, 옥과고, 병설유치원, 노인 일자리를 위한 곡성시니어클럽, 우암병원 등을 갖춘 전인교육의 현장으로 성장했다. 그는 2004년 곡성군 적정규모 학교 통폐합 시범사업에 힘을 보태기 위해 50년 넘게 운영해 온 옥산중학교를 국가에 헌납하고 자신의 아파트도 학교법인과 대학 재산으로 기부했다.

조 학원장은 “강의하는 날이 가장 행복하다”며 “요즘처럼 빨리 변하는 세상에 흑백사진 같은 내 인생 이야기가 즐겁고 재미있을까마는 눈을 반짝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학생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우암학원#조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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