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의 도전 “아무도 모르게 새 제품 준비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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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빈 자리’ 애플의 미래는… 
“가장 관심있게 보는 분야는 TV”… 사용자 편의성 대폭 향상 나설듯
“잡스의 혁신정신 매일같이 생각”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54)은 조선소 노동자의 아들이다. 미국 앨라배마 주 로버츠데일이란 작은 도시 출신이다.

오번대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한 뒤 듀크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고 IBM에 입사해 12년을 일했다. 그는 1998년 애플 창업자 스티스 잡스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을 훗날 이렇게 말했다.

“5분 만에 모든 걸 던져 버리고 애플에 입사하고 싶어졌다. ‘창조적인 천재’를 위해 일할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것이란 직감이 들었다.”

미국 언론은 “잡스가 화려한 무대 위 스타라면 쿡은 차분한 무대 뒤 매니저”라고 비교해 왔다.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 애플워치가 발표된 9일은 쿡이 잡스가 떠난 무대에 본격적으로 오른 날로 기록될 듯하다. 잡스는 생전에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쿡은 그런 ‘잡스의 고집’을 버렸다. 이 때문에 잡스 마니아들과 일부 언론은 “잡스는 늘 시장을 선도했지만 쿡의 애플은 시장의 추격자로 전락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 측은 13일 “시장은 ‘쿡의 대(大)화면 아이폰’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예약 판매가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잠시 주춤했던 애플 주가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판매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쿡은 12일 PBS방송 ‘찰리 로즈 쇼’ 인터뷰에서 “어떻게 잡스의 혁신과 창의를 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아무도 모르게 작업하는 제품들이 있다. 아직 소문이 돈 적도 없는 제품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TV”라며 “지금 TV는 사용자 편의 측면에서 1970년대 수준에 갇혀 있다”고 덧붙였다. 쿡은 ‘잡스의 정신’ ‘잡스의 DNA(유전자)’도 강조했다. 그는 “애플 본사 4층의 잡스 사무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의 모습 그대로 아직도 남아 있다. 잡스의 정신은 항상 회사의 기초가 될 것이고 나도 매일 그에 대해 생각한다”고 밝혔다.

쿡이 잡스 밑에서 일할 때의 핵심 역할은 “잡스의 직감을 실행에 옮기는 일”이었다. 그러나 잡스가 사망한 뒤 쿡은 ‘1인(잡스) 주도의 경영 스타일’을 분야별 집단지도체제로 바꾸고 사회적 책임경영을 강화했으며 잡스가 외면했던 인수합병(M&A)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올 5월 음악 스트리밍 기업인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0억 달러(약 3조12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쿡은 이미 ‘잡스의 애플’을 쿡의 스타일로 만들어가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애플#팀 쿡#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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